[Part2] 호스텔 벙커베드 심리학

1. 배드버그, 너와의 관계 단절을 신청한다

by 이예준

오늘도 어김없이 잠자리를 위해

호스텔 월드를 켜본다.

필터는 언제나 가격 낮은 순으로.


커튼이 있는 방은 고급이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그 아늑함은

여행 중 지친 심신을 가라앉히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나에게 커튼이 딸린 그런 침대는 사치이다.

가지고 있는 커다란 타월을 이용해 커튼을 만들어본다.


저렴한 가격에 잠을 청할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지갑이 얇디얇은 여행자에겐 행운이다.

3만 원 남짓한 돈으로 유럽에서 1박을 든든하게 책임지다니.

역시 나는 행운아.


숙소비를 극도로 아끼려는 나라도

가격 외에 유심히 보는 조건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빈대의 유무"다.


보통의 호스텔 잠자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끼익 끼익 귀곡 산장 소리가 나는 벙커베드,

가운데가 터널처럼 푹 꺼진 매트리스,

그리고 밑에는 소중한 나의 모든 것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까지.


하지만 가끔 돈도 안 낸 불청객이

내 침대를 점령하기도 하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너, 배드버그.




이 녀석, 진짜 답도 없다.

살충제를 뿌려도,

긴 옷을 입고 자도,

피에 굶주린 이 놈들은

불이 꺼지는 순간

사냥을 시작하는 암컷 사자에 빙의해

나에게 득달 같이 달려든다.


문제는 발견시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지 않던가,

즉시 카운터에 가서 항의하고

침대를 바꾸게 되는 시점은

언제나 물린 이후라는 것이다.

숙박료 환불은 고사하고

세탁비라도 주는 호스텔은 천사일 거다.


모기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말도 안 되는 가려움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한 곳이 아닌

물린 팔목 전체가 말이다.


발갛게 부어오른 일련의 반점들은

쓸데없이 정갈한 게

마치 학창 시절 조회시간 일렬로

세워놓은 아이들의 모습 같다.

가렵기는 또 얼마나 가려운지,

버물리를 연신 두드려보지만

무용지물이다.


아, 오늘 잠은 다 잤구나,

가챠 실패.

내일은 꼭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갓블레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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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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