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여행이라던데 마찬가지일까
나를 발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왜 이다지도 오래 걸리는가
왜 이토록 여러 겹인가
쌀이 밥이 되어 밥상에 오르는 순간까지
커피콩이 커피가 되어 향을 피우는 순간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겠는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내 길을 가면 된다
우직하게
그리고
고요히 마주한다.
스물다섯, 같은 또래라면 느낄 수 있다.
그놈의 이십 춘기를.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이병부터 병장까지
본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명 자동으로 성장하고
레벨업이 되었는데
더 이상 나이를 제외하고
자동 성장은 없다는 사실이
가슴속 깊이 내려앉는다.
홀로 덩그러니 놓였다.
막막하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고르기 힘든 나에게
그리고 그게 축복이라 부러워하던 그들에게
하고 싶은 게 없어 그저 고군분투할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고.
단지 지금 내 삶의
미분계수가
0일뿐이라고.
작은 변화만 있더라도
극값으로 치닫는
날갯짓을 펼칠 수 있다고.
우리의 꿈은
기약 없는 최대공배수처럼
무한해질 수 있다고.
그저 무언갈 시도하는
작은 변화만이라도 충분하다고.
일단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 보자고.
남은 생에 오늘이 가장 젊으니까.
내 안의 작은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그 시작은 유럽에서 배낭여행하다 만난
18살 한국계 미국인 소년,
올리버를 만나 함께 여행하며 느낀 감정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 역시 여행에선 유명 관광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 도시에서 유명한 관광지는 무조건 방문해야 하고,
인스타에서 바이럴 된 식당이나 장소는 필수 코스였다.
줄을 서는 수고를 들여서라도 그 장소는 꼭 가서, 인증샷을 남겨야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개 이런 곳은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많았다. 추후에 이 이야기를 한 번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하지만 올리버가 나와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역시나 마인드였다.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나 미국인으로 자라난 그는
생김새로는 영락없는 한국인이지만 생각은 조금 남달랐다.
여행을 하면서 인증샷을 남기는 내가
새삼 틀에 박혀있는 여행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될 정도로 그는
많은 것을 두 눈으로 담고, 피부로 느끼려고 노력했달까,
때로는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자신이 내키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자기 취향을 좇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분명 나보다 7살이나 어린 그였지만, 멋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 또한 그에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남기는데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가보고 싶었던 서점에 들러 책과 그 분위기를 향유하고,
흥미 없는 박물관 관람에 돈을 쓰기보다
그 나라의 유명한 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소비했다.
여행은 같은 공간을 지나도 각자의 기억을 빚는 일이다.
내가 가진 지식과 신념, 그때의 공기와 기분이 겹쳐 저
자신만의 장면을 만든다. 그리고 단 하나의 기억만이 남는다.
그래서 모두가 가는 곳을 가고,
모두가 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닌,
내 선호를 지도처럼 그려 그 위에 시간과 예산을 올려놓는 것.
내 마음이 끌리는 좌표에 면저 표를 끊는 것.
그것이 이 글 [나만의 여행]의 시작이었다.
-오스트리아 어느 공원 벤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