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시야를 넓히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

비효율을 허용하기까지

by 이예준

여행이 당신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나요?


이 말은 내 가슴을 후벼 파는 이야기다.


성공을 꿈꿨지만

현실 앞에 좌절했고,


자극을 갈망할수록

평범함이 부각됐다.


얻은 게 정녕 무엇이었을까.

엄청난 무언가를 대답으로 내놓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였던 나를 바라보며,


어느새 내 안에서는 여행에 대한

의심의 싹이 피어나고 있었다.

IMG_1808.HEIC
스크린샷 2025-08-26 오후 4.10.35.png
셀프 여권 사진을 찍다

"그 돈과 시간으로 차라리 다른 걸 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훨씬 많은 걸 배웠을 텐데,

지금 네가 얻은 것 하나를 제대로 정리를 못해서야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허송세월을 보낸 거야."


그렇다.

정말 비효율적인 6개월이었다.

돈과 시간, 두 개의 토끼를 날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효율을 추구하던 사람이었다.

a와 b를 비교하며 경중을 따지고,

불필요한 시간을 제거하며 효율적으로 움직였고,

같은 제품이라도

가성비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삶을 잘 사는 방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여행은 그렇지 않았다.

효율을 따졌을 때 목이 메어왔고,

비효율을 따라갔을 때 생긴 여백이

내 숨통을 트였다.

IMG_1640.HEIC The day in Zagreb.

그렇게 나는 일부러 비효율을 허용했던 게 아닐까.

함수처럼 짜인 효율적인 세상에서

대입 값이 손해나 이득으로 환원되는 게 아닌,

물결처럼 목적지로 곧장 가지 않고 떠돌며

밀려오고,

또 물러가며

하이얀 거품을 만들어냈다.

IMG_8717.HEIC 어여쁜 홍해바다

낭비와 낭만은 같은 (물결랑) 자를 쓴다고 한다.

언뜻 보면 다른 단어인데,

그 물결이 만들어낸 흰 거품을

효율적인 사람은 낭비라고 부를지 모르겠지만,

낭만을 아는 자들에게 이는 거울이다.


파도가 깨지는 순간들은

빛나는 나의 순간들을 반사하며

보이지 않던 무언가를 남긴다.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인 여행이었지만,

마음속에 새겨진 가치는

서둘러 적은 메모가 아니라

천천히 반추하며 써 내려간 글씨 같아진다.


직접 부딪혀본 경험만이 주는 감각.

별 것 아니지만

이 감각은 마음속의 단단함을 채워준다.


그럼,

다시 한번 나에게 묻는다.

여행이 당신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나요?




여행은 인생을 바꿀정도로 엄청난 무언가를 선사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갇혀있던 제 시야의 폭을 넓혀준 감사한 길입니다.

그리고 전보다 더욱 성장했음을 느끼지요.


"도대체 말로만 성장했다는 걸 어떻게 알아. "
"객관적인 근거가 없잖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객관적인 수치로 보았을 때,

세계여행을 간 제 선택은

실패이니까요.


제가 사용한

6개월의 시간

2000만 원가량의 돈

도전하였던 유튜브의 조회수와 구독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함.

이 모든 것들은 누가 봐도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결괏값입니다.


아울러 이런 무한 경쟁사회에서

제가 멈춰있을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이 달려간 거리까지 포함한다면

그 격차는 많이 벌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사회가 준 시계는 멈췄을지 몰라도

제 안에 위치한 시계는 여전히 움직이었습니다.


방방곡곡 움직이며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치고, 그리고 부대끼면서

삶의 방식은 정말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고,


'때론 이렇게 살고 싶다.

혹은 저 사람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뚜렷한 가치관을 형성했으며,


나와의 대화에 집중하면서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값진 경험들은,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사회가 만들어낸 잣대로 나를 판단했을 때

한 없이 작아지더라도,

내 안의 단단함을 채워나가는

현재 이 과정이 즐거운 만큼,

한 없이 거대해질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2025.08.27 뜨거운 어느 여름 날-

IMG_8933.PNG Metheora in Greece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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