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나랑 여행 가자"
찰나의 순간,
심박수가 마구 치솟는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뭘 먹고 뭘 할까?"
"어떤 옷을 입어야 하지?"
"여기서는 이렇게 사진 찍고 싶다!"
머릿속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상상 속의 나는 이미 여행 중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첫 감정은 그러했다.
컴퓨터를 켜 초록창에 여행을 검색해 본다.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객지나 외국에 가는 일.”
뭐가 이리도 차가운지.
역설적이기 그지없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수많은 여행 사진들,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여행에 미쳐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여행의 민족임이 틀림없다.
세계여행. 특별해지고자 떠났지만
돌아와서 보니 특별하긴커녕
배낭여행자 1에 불과하다.
어떡하지.
사실, 내게 여행은 그보다 훨씬 큰 의미였다.
누군가에겐 휴식, 누군가에겐 설렘이지만
내게는 도전이었다.
오늘 먹을 것을,
오늘 잘 곳을,
그리고 오늘 어디로 갈지를,
오롯이 스스로 정해야 했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라왔고,
해본 적 없는 일을 홀로 해낸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세계여행을 해야지’라고
결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또한 그랬다.
현실은 늘 경비라는 이름으로 발목을 잡았다.
다른 여행자들의 기록을 읽었다.
적게는 500만 원, 많게는 2천만 원.
그리고 하나같이 말하길,
“코로나 이후 세상은 달라졌다.
모든 물가가 두 배, 세 배가 됐다.”
잠시 후회가 밀려왔다.
‘조금만 더 일찍 떠났다면...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 끝에, 나는 웃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모아둔 전 재산, 이번엔 나를 위해 쓰자.”
당시 내 손엔 1,500만 원 남짓한 돈이 있었다.
경제관념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 덕에,
인턴과 아르바이트 가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둔 돈.
이제는 그 돈으로 나의 25살을 살아보기로 했다.
결심에 불을 붙인 건 친구의 한 마디였다.
"난 학교 다닐 때 번 돈은 청춘을 위한 돈이라고 생각해"
그 한 마디는 고민하던 나의 우유부단함을 실행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사실 진짜 도전은 혼자 떠나는 일이었다.
무엇이든 함께해야 적성이 풀리던 내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감당해야 했다.
여행 중 처음으로 홀로 식당에 방문했던 날,
묘한 기시감이 스쳤다.
군대 입대한 첫날, 식어 비틀어진 조기 튀김과
짜디짠 된장국을 삼키며
“이젠 이게 일상이겠지. 앞으로 2년간 잘해보는 거야."
차디찬 숟가락과 의연한 악수를 건네던 그때처럼.
낯선 두려움이 나를 감쌌지만,
이번엔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홀로 레스토랑에 들어가
나를 위한 근사한 식사를 시켰다.
나와의 데이트를 시작해 본다.
나와의 대화에 운을 띄웠다.
조금씩, 나는 ‘혼자’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만의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