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호스텔 벙커베드 심리학

2. 형이 왜 거기서 나와?

by 이예준

오늘도 어김없이 잠자리를 위해

호스텔 월드를 켜본다.

필터는 언제나 가격 낮은 순으로.


배낭여행자에게 역시나 숙박비는 사치다.

이따금씩 정말 정말 힘든 일이 닥쳤을 때를 제외하면

매번 같은 루틴으로 숙소를 예약한다.


재밌는 사실은 배낭여행을 하다 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종 그런 일을 겪었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유럽 호스텔은 비교적 규모가 커서 그런 적이 드문 편이다.

방이 적게는 20개, 많게는 100호실이 넘게 있는 호스텔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서,

스페인 아래 15킬로 남짓한 모로코만 가도 재미있는 일이 생겨났다.


한 번은 모로코 중북부에 위치한 미로도시 페즈에 있을 때의 일인데,

어렵사리 발품 팔아 1박에 6천 원 호스텔을 예약했다.

정말이지 미로도시 속을 파헤치며 찾아낸 장소이기에 더욱 값진 장소였다.


이곳의 길 찾기는 매우 매우x100 어려운데,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면 구글맵 gps가 인식을 못한다.

아랍어를 못하는 탓에 표지판은 있으나마 나다.

그마저도 있으면 다행이지, 내가 찾던 호스텔은

벽에 자그맣게 "Dream"이라는 글자와 화살표가 적혀있었다.

해가 떠있으면 망정이지, 해가 진 이후로는 그 글씨들을 알아볼 수도 없기에

집을 가기로 마음먹고 적어도 30분은 고군분투해야 비로소 도착할 수 있었던 애증의 호스텔이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그 미로 같은 장소에서 몇몇 길들은 통제된다.

이때다 싶어 다가오는 삐끼들은 정말 큰 위협이자 스트레스였다.

하루는 돌아오는 길에 그런 삐끼들만 5명을 만났는데, 레퍼토리가 지극히도 똑같다.

"그쪽 길도 막혀있어~", "저 쪽 길도 막혀있어~"로 시작해서

자기가 길을 알려주겠다는 둥,

다른 애들은 돈 달라고 하지만 자기는 다르다는 둥,

어차피 가는 중이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둘러대는 둥

가지 각색이지만 신기하게도 이 말들을 연신 쏟아낸다.


처음엔 여럿 거절했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어

"나는 어차피 구글맵에서 GPS만 띄우면 돼"라는 생각으로

미심쩍지만 따라간 경우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빙빙 도는 느낌이 들어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큰 화를 당할 뻔 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덩치가 나보다 작은놈이라 다행이지,

만약 한 블록 너머에 그들의 아지트가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하다.


결론적으로 그와 한바탕 하면서 결국 알아낸 사실이 있는데,

그건 바로 길마다 표식이 다 있다는 것이었다.

왼쪽 : 사각형 - 통행 가능 | 오른쪽 육각형 - 통행 불가



그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당시 나는 여행 중에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여행까지 가서 침대에 누워있는 건 용납하기 어려웠고, 꺼려했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다르게 호스텔에서 매일같이 노트북으로 축구를 보고 있던 남성이 있었다.

장발의 머리를 올림머리로 묶고 있던 그는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쏙 빼닮아 있었다.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집? 에 돌아올 때마다

누워서 연신 축구를 보고 있는 모습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하는 사람이지, 분명 여행자 같은데, 매일같이 안 나가고 집(호스텔)에만 있네..'


명백한 사실은,

그건 오만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에게 여행은 삶이자, 라이프스타일이었다.

무려 6년간 여행 중인 그에게 있어서

하루 이틀쯤 누워서 집? 에 있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Resting day, Athlete day 등 생각보다 자신만의 루틴이 체계적으로 잡혀있었고,

이를 알게 된 후, 그를 비로소 존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수중에 있는 돈이 없는 건 나하고 같았던 걸까,


페즈 여행을 끝마치고 막 쉐프샤우엔으로 이동해

아름다운 블루시티를 만끽하고 있던 참이었다.


작은 창문사이로 내리쬐는 아침,

햇살이 문을 두 들길 때쯤

부스럭대는 소리에 잠이 깼을 때,

짐을 풀고 있는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

앨런이었다.

최소 한 달은 더 그 페즈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그 또한 미로도시에 질려 도망쳐왔다고 아주 학을 떼며 이야기했다. 한 도시에서 만난 사람을 우연히 다른 도시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말이지 너무나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와 그렇게 꽤 오랜 기간 겹쳐 지냈다.

놀랍게도 또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에 한번 더 그와 한 번 마주쳤고, (테투안) 이걸 또 만난다고?! 싶었다. 물론 둘의 행선지가 겹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호스텔 마저 같은 사실은 꿔본 적도 없는 꿈이었다.


나중에는 각자 다음 목적지를 이야기하며

"이곳은 내가 간 곳이니 보장된 곳이야"를 증명하 듯

새로운 장소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곤 했다.


그래서 이 Part2의 제목을 "호스텔 벙커베드 심리학"이라고 붙였다. 심리학처럼 거창한 건 아니지만,

호스텔이라는 공간은 정말 다양하고, 새로운 것의 연속이다. 프라이빗한 호텔이나 에어비앤비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맛이랄까?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태도와 선택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고, 그들에게 배울 점이 분명 존재하였기 때문에, 호스텔을 선택하기에 충분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호스텔을 선택할만한 이유가 비단 가성비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앨런의 루틴도,

결국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여행자의 또 다른 방식이었다. 페즈에서 헤어졌다가 쉐프샤우엔, 그리고 테투안에서까지 다시 마주친 그런 우연은

내겐 오래 기억될 장면으로 남았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