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 -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또 오해영>
- 대표작-
2022 JTBC <나의 해방일지>
2018 tvN <나의 아저씨>
2016 tvN <또 오해영>
2011~12 JTBC <청담동 살아요>
박해영 작가의 대표작은 많은 대중들의 인생 드라마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작가의 이름을 알렸던 <또 오해영>, 인간의 ‘편안함’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나의 아저씨>, ‘추앙’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알렸던 <나의 해방일지>까지.
에디터는 최근 위의 세 작품을 다시 정주행했다. 위 세 편의 드라마 제목을 나열해보니 박해영 작가의 작품에는 자기 자신, ‘나’가 많이 담긴 것 같았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그리고 작가와 이름이 똑같은 또 오‘해영’. 그래서 세 작품을 모두 보고 난 후 이렇게 섬세한 작품을 써낸 박해영 작가가 궁금해졌다.
드라마 작가로서 인생에서 단 한 편의 창작물도 대중에게 인정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무려 세 편이나 인정받는 인생 작품을 만들어낸 박해영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작품들을 기획하고,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그녀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며, 그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작가도 그 속에서 살아왔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고민하고 발견한 자신의 깊은 감정의 근원을 캐릭터의 스토리에 녹여내는 것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박해영 작가의 캐릭터들은 작가의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닮았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전한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미정’이라는 인물이 작가가 설명하는 '감정의 근원'을 잘 담고 있는 캐릭터다. 염미정이라는 인물은 극 내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비교될 만큼 타인과의 ‘대화’의 비율이 적다. 그녀의 모든 목소리는 독백에서 비롯된다. 감정도 표정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일상이 버거워보일 뿐이다.
성향으로 따지자면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라,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사실, 답답했다. 하지만 에디터도 현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인지라, 결국 염미정의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게 되었는가에 생각해보면, 보통의 인간은 성향과는 상관없이 감정을 느끼고, 그 근원을 따라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 과정을 염미정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시켰을 뿐이었고, 시청자들은 그녀를 통해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방법을 몰라서 스스로 감정의 깊은 내면을 바라보지 못한 것이다. 그것을 할 줄 아는 작가가 염미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를 투영했기에 많은 시청자들이 <나의 해방일지>를 인생드라마라 꼽을 수 있었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갈증과 결핍도 자신의 것과 동일시하여 성격을 만들고, 핵심 서사로 확장시켜간다. 그리고 그 결핍은 작가 자신의 것만이 아닌,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결핍이기에 캐릭터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 오해영>은 학창시절 동안 동명의 ‘예쁜 오해영’에게 비교당한 것도 모자라 파혼까지 당했던 불쌍한 ‘그냥 오해영’이 주인공이다.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인간 그 자체까지 비교당하고 무시당하면서 생겼던 그 갈증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갈증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캐릭터의 갈증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서 갈증의 ‘해소’까지 보여준다. 놀랍게도 ‘예쁜 오해영’도 ‘그냥 오해영’을 질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옛말이 틀린 것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누구에게나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인간처럼 보이지만,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그만의 장점이 있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서사는 결국 시청자들이 공감을 하도록 만든 그들의 결핍을 해소시키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위로와 안심을 느끼도록 한다.
박해영 작가의 작품은 유독 캐릭터 간의 대화보다 독백, 표정이 많은 편이다.(그래서 배우들의 연기가 한층 더 돋보이기도 한다.)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구씨와 염미정은 한 마디의 대화 없이 서로 추앙하는 관계가 되고, <나의 아저씨>에서는 강동훈의 숨소리를 듣는 이지안의 표정 변화만으로 그들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박해영 작가의 극은 서사가 아닌 ‘인물’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극을 구성할 때, ‘어떠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가 아닌 ‘이런 인물을 표현해야겠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 인물의 깊은 내면까지 구성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인물들의 깊은 내면에는 각자의 삶의 무게로 고달픈 인생이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그 부분을 끄집어냈다. 우리 모두에게는 해방되고 싶은 삶의 무게가 있고, 고달픈 인생이 있으니까.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그치기에는 너무 우리네 인생에 희망이 없지 않은가. <나의 아저씨>에는 희망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지안의 고달픈 삶을 위로하는 어른들이 있다. 그들의 삶도 둘째라면 서러울 만큼 고달픔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함께함으로써 이겨낸다. 그리고 이지안과 함께함으로써 위로한다.
우리는 그들을 멋진 어른,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 등등으로 설명한다. 이치 사카모토가 <나의 아저씨>를 ‘모두가 바라지만 현실에서는 본 적 없는 마음과 따뜻함이 담긴 판타지’라고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우리도 누군가가 느끼는 삶의 고달픔에 함께함으로써 위로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박해영 작가가 쓰는 드라마를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이유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저 깊숙한 곳에는 각자의 특별함이 있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를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선으로 드러내고,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큰 몫을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감정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으니, 박해영 작가는 우리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부여하고,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것이 박해영 작가가 쓰는 작품의 힘이다.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 찬바람이 부는 이 계절처럼 삶이 차갑고 냉정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박해영 작가의 작품들로 작은 불씨같은 위로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품 정보>
tvn <나의 아저씨>
출연: 이선균, 아이유, 송새벽, 박호산, 고두심, 이지아 外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플러스
jtbc <나의 해방일지>
출연: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 外
넷플릭스, 티빙
tvn <또 오해영>
출연: 에릭, 서현진, 전혜빈 外
티빙, 디즈니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