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사람과 살기
#4_할 말은 하고 싶다가도..
화살이 담긴 말
=화살은 방향이라는 속성이 있는 오브젝트
그래서 말에 화살이 담기면 어디서 왔던 반드시 도착하는 도착 대상이 있다. 말이라는 건.. 화살을 담지 않고 말하기는 참 어렵다. 몇 번이고 말을 생각해서 뱉어야 한다. 감정을 빼고 말을 해도 화살이 안 빠지면 그 화살이 진짜로 상대방을 관통할 수 있다.
할 말은 해도 화살은 담고 싶지 않다. 그게 제일 고민이다. '할 말'이라고 할 정도가 되면 사실은 꼭 상대방에게 정확히 인지시키고, 앞으로 그것이 잘 인지되었는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잖아. 근데 그 할 말을 화살 빼고 한다는 건 그냥 나 스스로에게 또 한 번 상대에 대한 기대를, 아주 작은 일말의 기대를 심고 나중에는 열매를 맺을 텐데 그게 '실망'의 열매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인 거다.
굳이 기대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내 행동이 기대를 갖게 되는 행동들이다. 왜? 손절하지 않는 방법이라서.
끊어내면 사실은 그만이다. 안 보면 그만이고 상관 안 하면 그만이다. 난 사람 앞에 두고 유령취급하는데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마치 온 오프 버튼을 올리고 내리듯 그렇게 차단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늘 발목을 잡는다. 그 방법이 나에게는 얼마나 꿀인지, 그리고 반대로 상대에게는 얼마나 시린 대우인지 알기 때문이다. 내가 달콤한 꿀을 누리기보다는 상대에게 봄을 선물하고 싶은 거 같다. 아직은 그런 마음이 남아있어 늘 고민이 많아진다.
23.10.12 / 할 말은 하고 싶다가도.._사람으로 사람과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