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글, 그림(Low Edition)
새해 첫 주말, 나와 재택은 4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고향에 도착했다.
가구 수가 채 서른도 되지 않는 작고 쓸쓸한 촌 동네의 붉은 벽돌집. 기억나는 한, 우리 집은 늘 이곳이었다. 그리고 이 낡은 회색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천하제일 게으름뱅이로 변신한다. 내가 할 일은 거실에 깔아 둔 이불속에서 하루 종일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것뿐.
예정에 없던 셋째 딸 내외의 방문으로, 엄마는 급하게 시내에 나가 장을 봐오고 아빠는 화목보일러에 불을 때기 시작했다. 서서히 집 안에 훈기가 돌기 시작하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식구들이 삼삼오오 주방으로 모여들었다. 시끌벅적하게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시고 별 내용 없는 수다를 떨다 양 볼이 빨갛게 달아오를 만큼 취기가 오르자, 나는 뜨거운 열기를 품은 이불속으로 또다시 몸을 파묻었다. 거실 TV에선 오늘 밤에 2026년의 첫 보름달이자 114년 만의 슈퍼문이 뜬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개를 데리고 똥책을 나간 재택이 톡을 보내왔다.
“달뜸.”
잠옷에 패딩을 걸치고 집 앞 골목으로 나가자, 저 멀리 냄새를 맡고 있던 개가 쪼르르 달려와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조용한 시골 저녁, 푸르스름한 하늘 위로 거대한 달이 낮게 떠오르고 셋의 그림자가 길 위로 늘어졌다. ‘이런 밤이 또 있을까? 이렇게 사랑스러운.’ 나는 마음속으로 짧은 소원을 빌었다.
그때, 누군가 내게 속삭였다.
“접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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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Edition”은 게으른 작가를 깨우기 위한 셀프 동기부여의 마음을 담은 드로잉 프로젝트입니다. 매달 한 장, 일상의 온도를 담아낸 그림과 짧은 글을 함께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