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별점] 치명적인 스포일러도 은근하게 있습니다.
2줄요약
명량과 비교해서는 '단백한 영화'...서사의 차이
연기는 훌륭...극적 서사 대한 감독 고민 깊었을듯
들어가며
역사영화는 늘 잘되지 않는다. 우리가 ‘성공한’ 영화들만 머릿속에 남을뿐이다. 관상 광해 그리고 명량이다.
대첩의 두번째 작품, 한산도 대첩이다. 역사얘기는 그만. 영화 얘기로 가보자. 재밌는가? YES 볼만하다. 보는내내 엉덩이가 들썩이는가? NO 그렇지는 않다. 명량과 어쩔수없이 비교되는 작품이다보니 좀 더 자세히 두 작품에 대해 논해보자.
영화 '한산-용의출현' 맛있게 별점을 매겨보자.
서사의 차이
명량이 재밌었던 이유는 이순신이 전투에서 승리해서가 아니다. 그는 힘들었고 고통받았고 괴로웠다. 그리고 그걸 극복한 ‘서사’가 있었기에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어 결말에 쾌감을 관객이 느꼈기때문이다.
대사들도 참 많았다. 이순신의 내적갈등 뿐만아니라 그를 둘러싼 인물간의 극적인 대립 역시 관객에게 스트레스 줄 만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에게는 아직 열두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에서 반전을 기대했고 울돌목 앞바다에서 대회전을 치르고 이긴 상황이 관객에게도 카타르시스즘을 느끼게 한 것.
그렇다면 한산은? 그렇지않다. 극적인 대립은 극중 원균의 잔잔한 잔소리와과 이순신을 향해 눈초리를 주는 정도다. 고뇌에 가득찬 독백은 없다. 오직 이순신 역할을 맡은 박해일의 표정연기로 모든 것을 대체한다.
갈등이 첨예화되지도 않고 관객이 걱정할만한 상황이 초래되지도 않았다. 포스터에서 떡하니 보이는 ‘운명을 바꿀 압도적 승리’에 대한 상황설명 조차, 역사영화가 늘 그렇듯 한반도의 지도를 보여주며 내레이션을 이용한 단순한 설명에 그치는 모습에 실망했다.
더욱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당장 선조가 평양성에서 의주로 피난을 간다는 급박한 상황이였지만 '고작' 지도의 화살표를 통해, 조연의 걱정어린 대사로는 관객들에게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하지 못했다.
선조가 평양에서 의주로 갔다는 서신이 전개에 드라마틱한 전환을 야기시켰다. 하지만 이건 ‘설정에 의한 설명’으로 끝났다. 그렇기에 관객이 카타르시스즘을 느낄 원동력이 되는 인물들의 고생이 진흙구덩이가 아니라, 덜 불편한 비포장 도로같은 가벼운 환경을 조성해 전개가 영시원치 않았다.
다만, 극 전개의 시간은 확실히 단축시켜 감독에게 주어진 필름의 여유공간은 충분히 확보했으리라 짐작된다.
연기는? 좋아 그러나,
하지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의 연기는 참 좋았다. 누구 하나 사극톤에서 어색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인물이 표정에 집중한 만큼 그들도 좋은 시선처리와 대사톤이 영화에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그뿐이었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잔잔한 영화 전개에 김이 빠져버린 것일까. 아니면 한산도 대첩이라는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대승전에서 극적 서사구조를 어떻게든 넣어볼 수 없기에 단백함으로 승부를 보려했던 감독의 의도였을까. 평가에 고민이되는 부분이다.
감독은 의외로 다른 곳에서 극적 서사를 넣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와키자카야스히루다. 변요한이 연기했던 인물에 조금은 억지스러워보이는 '강력함' 한스푼, '무서움' 한스푼, 허구적 상상 한스푼씩 덜어넣어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려 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너무도 당연하게 화포를 장착한 조선의 수군이 조총으로 무장된 왜의 수군을 격파하는 전개로 이어짐으로서 짧게나마 올라왔던 아드레날린은 목으로 넘어오는 차가운 콜라로 인해 사그라들었던 정도였다.
감독의 의도가 전형적인 기승전결에서 <등장-고생-개고생-극복> 이라는 붕어빵기계마냥 찍어내는 구조를 탈피하려고 의도했을지 모른다. 충분히 우리는 다양하지 않은 누적된 한국영화식 피로감에 찌들어 있었을 테니까. 평론가들은 좋은 평점을 줄지 모른다. 인플루언서 리뷰어도 꽤 괜찮은 리뷰를 영상으로 찍을만하겠다.
그래서, 결론은?
역사적 결과의 차이, 명량과 한산에서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한산도 대첩이 결국 이순신이 왜군을 압살한 경이로운 사건이였다는 것을. 드라마틱한 전환구조가 없다는 사실에, 그렇기 때문에 명량보다 제작과정에서 감독의 고민이 깊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 '한산-용의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