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과 170등 사이의 간극

by 쫀떡이

흰 종이 위에는 작고 검은 숫자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과목명 : 국어

점수 : 52.8

석차 / 수강자수 : 170 / 240


낯선 숫자들이었다. 성적표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피가 크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숫자들이었으니까. 잘못 본 건 아닐까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작고 까만 숫자들은 여전히 흰 종이와 대비되어 또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외고에서의 첫 시험을 이렇게나 망치다니. 매번 100점을 받고 1등을 해오던 나로서는 적잖이 충격적인 결과였다.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 공부한 결과가 고작 170등, 게다가 중위권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하위권.


‘국어에서 이렇게나 성적이 안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학원의 부재’에 있었다. 중학생 때처럼 국어 학원 없이도 스스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결과 수능 형식으로 바뀐 시험지에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내신 자료와 문제를 풀어보고 시험을 치는 것과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교과서만 보고 시험을 치는 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는 후자였다. 이를 계기로 혼자 공부하는 것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고, 국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험을 망쳤다고 두 번째 시험도 망치리란 법은 없다. 낙심에 차는 것도 잠시, 나는 이내 훌훌 털고 일어서서 다음 도약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나의 야심 찬 도전은 바로 ‘미라클모닝’이었다. 중학생 때 우연히 읽은 미라클모닝에 관한 책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라클모닝’은 말 그대로 아침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기적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하는 아침 자습을 통해 기적을 만드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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