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새로운 시작
‘삐리리릭— 삐리리릭—’
아침 여섯 시가 되자 핸드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중요한 날을 앞두고 긴장감에 잠을 설친 탓에, 정신이 몽롱했다.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며 창문을 열고 선선한 새벽 공기를 들이마셨다. 창밖은 아직 어둑했고, 세상은 깊은 단잠에 빠진 듯 고요했다.
오늘은 고등학교 입학식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거실에는 묘한 들뜸이 가득했다. 애지중지 키워 온 외동딸이, 그것도 서울에서 대학 입결이 높기로 유명한 외고에 합격했으니 그야말로 온 집안의 경사였다.
나는 서둘러 새로 맞춘 교복을 입었다. 갈색 조끼와 치마, 그리고 주황색 넥타이까지 맨 모습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교복과 함께 ‘외고생’이라는 자부심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첫 등교 준비를 모두 마치고 현관 앞에 섰을 때, 엄마는 두 팔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조금 거칠어진 엄마의 손끝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잘 다녀와.”
“응.”
밖으로 나오자 겨울 끝자락의 찬 공기가 훅— 하고 폐 속으로 밀려들었다. 나는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힘껏 밟았다. 매서운 바람이 두 볼을 스치며 한기를 남겼다.
그날의 하늘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새벽의 푸르스름한 기운과 붉게 떠오르는 태양이 맞닿아 보랏빛 경계를 이루던 장면을.
그 순간, 나는 다짐했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처럼 어느 때보다도 더욱 뜨겁게 고등학교 3년을 보내겠다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고, 마침내 밝게 빛나는 샛별이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