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불안하고 두려울 때 이를 감추려고 화를 낸다.
화를 냄으로써 자신에게 맞춰졌던 포커스를 상대방에게 돌리면 본인은 두려운 감정에서 시선을 뗄 수 있다.
그리고 화가 가진 기분 메세지 "너는 틀렸고 나는 맞다"는 메세지는 본인을 상대방보다 우위에 서게 한다.
이렇게 하면 내가 작고 못나 보이는 수치스러움을 피할 수 있다. "
가짜 감정, 김용태
#.Story.
어느 부부,
와이프는 남편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퇴근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배도 고프지만 함께 식사할 모습을 상상하며 기다립니다.
집에 들어와서 씻고 나온 남편, 와이프에게 별다른 말도 없이 주방으로 가더니 알아서 음식을 꺼내 혼자 먹기 시작하네요.
???
이게 뭔일?
그 모습을 본 와이프는 어이가 없고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다짜고짜 남편에게 화를 냅니다.
퇴근이 늦어저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왔고, 배가 무척이나 고픈 와중에 너무 늦은 시간이라 와이프에게 방해되지 않게 하려고 혼자 알아서 대충 챙겨 먹으려고 했던 남편의 입장에서는 다짜고짜 화를 내는 와이프가 당황스럽습니다.
(표면 감정)
"와, 진짜 어이 없다.
이시간까지 밥도 안먹고 쫄쫄 굶으면서 자기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밥 먹었는지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고 혼자 밥을 먹을 수가 있어? 당신 어쩜 이렇게 이기적이야? 와, 와이프를 완전 개무시하는거야?
와이프는 안중에도 없는 이런 남편과 살아야 해?"
분노하며 화를 내는 와이프의 진짜 속 마음은 어떨까요?
(이면 감정)
"나 당신 오면 같이 먹으려고 밥도 안먹고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당신이 나 밥먹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먼저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나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섭섭하고 서운해.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슬퍼.
당신이 나 밥 먹었는지 따뜻하게 물어봐 줬으면 했어. 나한테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
우리는 왜, 속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는 대신 분노와 화를 표출할까요?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미해결된 감정은 평소에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가 어떠한 상황에서 타인에게 투사가 되고 자신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화를 내거나 공격적이 됩니다.
화를 냄으로써,
본인을 상대방보다 우위에 서게 하면서 작고 못나보이는 '나'의 수치스러움을 피할 수 있고, 화로 인한 포커스를 상대방에게 맞춤으로써 본인의 두려운 감정에서 시선을 뗄 수 있죠. (책, 가짜 감정 참고)
이 와이프의 깊은 내면 깊은 곳에는 자신도 오랜 시간 억눌러 놓은 '외로움'의 이슈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 부모의 맞벌이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 와이프는 부모 대신 집안일을 해놓는 등의 '예쁜 짓'을 했을 때 칭찬을 받았고 그렇게 인정 받음으로써 자신의 외로움을 해소했었던 거죠.
이번 일도, 맛있는 음식을 해 놓고 기다리면 남편이 왔을 때 '우리 와이프 최고야!' 라는 소리를 들으면 인정을 받고 또 기분좋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외로움을 해소하고, 본인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싶었던 겁니다.
그런데 정 반대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보인 남편의 행동은 자신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수치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런 내 모습이 들킬까봐 두려운 마음, 그리고 그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화를 냅니다.
우리는 불안함이 올라올 때, 불안함 대신 분노로 표현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것보다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자존심을 상하지 않고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고, 그렇게 자신은 안전한 위치에 있다고 믿습니다.
감정은 크게 표면감정, 이면 감정, 심층 감정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표면 감정이 화라면 그 이면에는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이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 보면 수치심이라는 심층 감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작고 불완전하고 두려워 하는 존재들이고 수치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인정하기 힘들어 합니다.
왜? 수치심을 인정한다는 것은 너무 뼈아픈 고백이거든요..
인정하는 순간 내가 너무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될 것 같고 그런 내가 버림받을까봐 두려운 거에요.
이런 수치심을 해결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이 불완전함을, 자신이 작고 초라한 존재임을, 그리고 이것을 꽁꽁 숨기려 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에요.
*감정은 억압하거나 회피한다고 해서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