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한자책/ 속뜻사전 교육출판사
선생님 한자책 (Hanja Bible for Teachers)
그냥 한자책도 아니고 선생님 한자책, 그것도 바이블이라니. 뭔가 제목부터 거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서 지도는 한글만 알아도 되지만 독해 지도는 한자도 알아야 한다.” 저자의 말이 아니어도 우리는 익히 경험에서 잘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자녀에게 독서, 독해 지도가 아니더라도 어른들도 한자를 잘 알고 적용하는 사람이 글을 더 잘 이해하고, 생각의 깊이도 다르다는 것을. 한자 공부가 다른 공부를 매우 쉽게 해준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요.
요즘 유치원에서는 8급 한자 급수를 따도록 하기도 하고, 초등학교 졸업전 4급까지 취득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시중에 잘 알려진 학습지를 중학생까지 하는 아이들도 있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한자 공부를 오래 한 학생들이 학업 성취가 좋은 편이고, 선생님의 설명을 더 잘 알아듣고, 교과서나 책도 스스로 이해를 잘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한자를 공부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급수별 한자책을 보고 공부하거나 한자 카드를 활용해서 한자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한자 카드로 아이와 게임을 하듯이 공부하면 쉽게 한자를 익힙니다. 문제는 한자 급수가 올라갈수록 단순 암기에는 한계가 있고, 조금 더 이해를 쉽게 도와주기 위해서는 한자의 유래나 사용법, 예 등을 함께 짚어줘야 합니다. 모든 한자를 다 찾아볼 필요는 없지만, 잘 외워지지 않는 한자들의 경우, 배경지식이 있으면 재미있게 습득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인터넷을 뒤졌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도 많고, 딱 원하는 형태의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한 번에 참고할 수 있는 사전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마침 8급부터 2급까지 배정 한자를 모두 다루고, 아이에게 설명해주기도 딱 좋은 내용을 실은 한자책이 소개되어 얼른 신청을 했습니다.
책값이 좀 나가는 편이긴 하지만, 옥스퍼드 영영사전이나 롱맨 영영사전의 경우도 10만원 정도의 책값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구성이 알차고 활용도가 높다면 종이책으로 좋은 참고서적이 있는 것도 매우 좋지요. 사실, 처음에는 사전 같은 (사전이 맞지만요) 이 두툼한 책이 책장을 멋지게 장식해주기만 하는 책이 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을 했습니다. 막상 책을 받아들고, 앞부분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꽤 매력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솔직히 속내를 표현하자면, 장담할 수는 없지만, 책장에 두지 않고 책상 위에 편하게 두고 자주 펼쳐볼 것 같은 기분입니다. 왜냐구요? 당연히 내용이 흥미롭기도 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되어있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한 번 책 구경 좀 해볼까요?
먼저, 외관입니다. 수학의 정석과 비교를 하면 길이와 너비가 3~4cm 더 큽니다. 일반 문제집과 비교를 하면 2cm 정도 작고, A4 종이와 비교하면 길이는 3cm 정도, 너비는 2cm 정도 더 작습니다. 한마디로 그렇게 큰 책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벌써 3판 인쇄인 것을 보면 책의 내용이 실망스럽지 않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겉표지가 부드러운 갈색 가죽으로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본격적으로 구성을 살펴봅니다.
제1부 이론편, 한자학 기초 지식과 한자어 개론 및 교육 방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수능 어휘력 평가에 출제된 어휘의 종류를 살펴보면 88%가 한자어라고 합니다. 한자로 쓰여있지는 않지만, 한자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해를 하려면 사실 한자를 병기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효과적인 교육 방법도 나와 있어 좋습니다.
제2부 실제 (한자 및 한자어 지도), 한자2,355자를 급수별, 부수의 획순으로 배열하여 한자 급수 시험과 연계시켜 수록했습니다. 반달색인으로 쉽게 급수별 한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순 어휘와 역순 어휘를 모두 열거하여 실제 활용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사용법을 알려주기에도 매우 좋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의 착할 선(善)을 보면, 부수, 획, 중국어 발음이 표기되고, 속뜻훈음으로 글자의 유래를 설명합니다. 사각형 밑으로 전순 어휘인 선남, 선도, 선량, 선악, 선용, 선의 등이 보이지요? 그리고 역순 어휘로 개선, 권선, 독선, 위선, 자선, 적선, 차선, 최선, 친선 등이 보입니다. 영어 단어와 매치시킨 점도 흥미롭습니다. ‘근무환경을 개선했다’ 등의 예문도 있고, 최선의 반대말 최악도 보입니다. 한자를 이해하고 실제 활용하기 위해 매우 필요한 내용입니다. 8급부터 2급까지 모두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3부 부록으로 사자성어 속뜻풀이, 일자다음, 잘못 읽기 쉬운 한자, 잘못 쓰기 쉬운 한자, 약자 일람표, 한문 명언록, 부수별 한자 일람표, 색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이 다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봐도 좋지만, 부록편의 사자성어나 명언록은 차분히 읽으며 되새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