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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Aug 20. 2023

결석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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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 그리고 반장 선거] 에서 계속



결석


아이들은 어떤 아이를 반장으로 뽑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초등학교의 경우 외모입니다. 중학교의 경우 외모+약간의 말발, 고등학교의 경우 실질적 세력 혹은 실리적 계산입니다. 중학교 2학년 5반 학생들. 담임 선생님으로서 보기에는 후보로 나온 학생들이 그저 다 예쁘고 푸릇푸릇해 보이지만 자기들끼리 보는 눈은 조금 다른가 봅니다. 최종 반장은 까불까불하지만 얼굴이 호감형인 김인수가 되었어요. 부반장은 조용해서 눈에 띄지 않았는데, ‘제가 반장이 된다면’에서는 굉장히 강단 있게 멋지게 조목조목 말하는 이서윤이 되었지요. 서윤이는 얼굴이 뽀얗고 키는 큰 편입니다.      


‘괜한 걱정이었나? 암튼, 다행이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건 서윤이가 반장 선거에 나왔기 때문인데요. 귀차니즘의 끝판왕이거나 무기력한 아이가 반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서윤이는 부반장이 되어 학급 유인물도 챙기고, 반 여학생 친구들과 웃으면서 수다도 떨고, 수업 시간에도 반듯하게 앉아 필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끔 말없이 창밖을 응시하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서윤이의 모습은 사춘기 여학생들이 보이는 그런 감성적인 순간,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요.      


그런데 서윤이가 가끔 아프다며 결석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2, 3주에 한 번 정도였던 것 같은데, 점점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이렇게 ‘자주’ 아프다는 느낌이 들게 되었습니다. 서윤이에게 왜 이렇게 자주 아프냐며, 큰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서윤이는 빙그레 웃으며 그런 거 아니라고, 감기몸살, 두통, 복통, 뭐 그런 거라고 말합니다.      


“그래, 알았다. 그래도 자주 아픈 건 안 돼. 건강관리를 잘해야지. 네가 부반장인데, 선생님이 네 도움도 많이 필요한데, 자꾸 없으면 어떻게 하냐? 아프지 마라, 서윤아, 알았지?”     


어느 날은 연락도 없이 결석했습니다. 다음 날도 서윤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캐비닛에서 첫날 아이들이 썼던 ‘저를 소개합니다’를 꺼냈습니다. 서윤이가 쓴 것을 찾아 주소를 봅니다. 서윤이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서윤이 어머니 전화번호를 누릅니다. 신호가 두어 번 가고, 서윤이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서윤이 어머니신가요?”

“네. 누구? 아, 선생님.”     


서윤이가 오늘도 아파서 학교 못 갔는데, 내일 처방전과 보내겠다고, 연락 미리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보통 다른 부모님들이 하는 말과 다를 바 없었지요. 바빴나 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네, 어머니. 그래도 서윤이가 자주 빠져서 걱정이 됩니다. 조금 아프더라도 학교에 왔다가 너무 아프면 조퇴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전화를 끊고, 이상하게 느낌이 안 좋았습니다. ‘저를 소개합니다’를 다시 살펴봅니다. 서윤이가 운동하는 오빠가 있다고 했는데, 오빠 학교를 보니 다른 지역 소속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름은 있는데 연락처는 없었습니다.      


‘뭘까. 어머니도 교양 있어 보이고, 서윤이도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학업 스트레스일까?’     


다음 날 아침, 서윤이는 오지 않았습니다. 서윤이의 전화기는 전원이 꺼져있습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합니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어머니가 전화를 받습니다.      


“선생님.”     


얼마간의 침묵이 흐릅니다.      


“서윤이가, 아휴. 학교 가기 싫다고 하네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고집이 세서, 말도 잘 안 들어요.”     

“아, 그럼 저 좀 바꿔주세요, 어머니.”     


서윤이는 처음에 전화도 받지 않으려다가 이내 받아서 말합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오늘은 마음이 도저히 학교 갈 마음이 아니에요. 마음이 좀 나아지면 갈게요.”     

“그래. 뭐 힘든 게 있구나. 일단 알았어. 쉬면서 마음도 잘 추슬러봐. 그리고, 무단결석은 안 되니까 병원이라도 다녀와라.”     


냉정하게 ‘무단결석’이지만, 결석일 수가 많은 서윤이에게 병원을 다녀오라고 말합니다. 휴. 퇴근하면서 마음이 내내 무거운 이유가 뭘까요. 학교 갈 마음이 아니라니. 이 녀석, 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있나? 아무래도 발걸음마저 무거워 집으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 서윤이네 집으로 향했습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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