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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Aug 09. 2023

탐색전, 그리고 반장 선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요

https://brunch.co.kr/@27beb38fb0834d7/114

[저를 소개합니다]에서 계속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담임 선생님이나 아이들이나 모두 서로를 탐색합니다. 보통은 1주일에서 2주일 정도가 조금 어색한 기간이 됩니다. 아이들의 이름은 다 외웠지만, 얼굴과 매치하는 일은 또 다른 도전입니다. 이 일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아마 교탁 앞에 서서 교복을 입은 40명의 학생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방 알 수가 있답니다.      


먼저, 여학생부터 살펴볼까요? 안경을 쓴 아이라면, 유행하는 똑같은 뿔테 안경을 썼지요. 이때는 검은색 뿔테 안경이 유행했어요. 대부분 여학생이 비슷한 앞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어요. 키가 유난히 작거나 큰아이들이 대여섯 명, 나머지는 다 비슷해요. 남학생은 어떨까요? 남학생은 더 어려워요. 일단 머리 스타일이 거의 다 비슷해요. 남학생의 경우는 키, 덩치 정도가 구별점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대화를 하고, 얼굴도 더 자세히 보게 되고, 에피소드가 생기고, 그러면서 이제 아이들의 얼굴은 각각의 표정으로 다가옵니다. 일 년이 끝나갈 즈음엔 저 멀리서 걸어가는 뒷모습만 보고 누구인지 알아맞히기도 한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친구들과의 관계입니다. 새 학기 시작 첫날, 번호대로 앉아있지만 이미 그들의 눈동자는 반 전체 스캔을 끝낸 상태지요. 나랑 원래 친했던 친구들, 작년에는 안 친했지만 그럭저럭 친해질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 나랑 성향이 비슷해 보이는 친구들, 새로 친해지고 싶은 느낌의 친구들, 피해야 할 친구들.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것조차 피곤한 아이들은 첫날부터 엎드려 있기도 합니다.      


정식으로 학급 반장과 부반장은 새 학기가 시작하고 4주 정도 지나고 선출합니다. 아이들은 한 달 정도 서로를 탐색하고 이미 그룹을 형성하고 다닙니다. 여자 아이들은 특별히 친한 친구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입니다. 남자아이들은 조금 더 즉흥적인 면이 있지요. 반장 선거 당일에 그냥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아이들도 꽤 있답니다. 반장 선거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선생님은 여러분 모두가 다 반장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장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도 공부를 잘하려고 노력하고 친구들의 공부를 위해서도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또, 학급행사가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겠지요? 반장은 ‘나를 따르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도와줄게’ 또는 ‘나랑 같이하자’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여러분이 도전했으면 좋겠고, 반장이 되면 선생님도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어요."


서윤이는 키는 제법 큰 쪽에 속했고, 반듯한 자세로 조용히 앉아있었습니다. 또래 학생들보다는 약간 성숙한 느낌의 눈빛으로 친구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서윤이가 반장 선거에 지원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지요. 


"자, 내가 한 번 해보겠다, 도전해 보겠다 하는 친구는 손들어 보세요."


딱 봐도 까불까불한 김인수, 나서기를 좋아하는 김영준, 진지한 구석이 많은 이민우, 그리고 여학생으로는 적극적인 성격의 최미진, 남녀 모두에게 편안하게 말을 잘하는 고유미, 그리고 지금까지 너무 조용하게 지내서 반장 지원이 정말 의외로 보였던 이서윤. 이렇게 총 여섯 명의 학생들이 반장 선거에 나왔습니다. 어쨌든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 '제가 반장이 된다면'에 대한 발표를 하고 투표를 진행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아이를 반장으로 뽑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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