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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Sep 25. 2023

제1장. 급식 빌런

학교에서 만난 빌런들


- 문제: 매월 첫째 주 월요일,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 정답: 이달의 식단 안내문     


김군에게 이달의 식단 안내문은 그 어떤 가정통신문보다도 소중합니다. 몇몇 학생들은 A4에 달력 모양으로 표시된 식단 안내를 반듯반듯하게 오려서 아주 작은 수첩을 만듭니다. 그 소중한 급식 메뉴판 수첩은 필통에 들어있고, 학교에 오면 아침 기분을 더욱 신나게 할 소중한 메뉴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한 장씩 떼서 버립니다. 어떤 꼼꼼한 여학생들은 그 메뉴 수첩에 알록달록 포스트잇을 붙여놓기도 하지요.     


김군이 조은중학교를 선택한 이유 중 급식이 맛있다는 소문 때문이라는 말은 절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김군이지만, ‘~하기 위해’라고 해석되는 to 부정사의 목적을 나타내는 부사적 용법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학기 첫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들어주신 재미 있는 예문 때문입니다.     


Question: Why do you go to school? (너는 왜 학교에 가니?)

Answer: I go to school to eat lunch.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에 간다.)     


다들 웃었지만, 교실에 앉아있는 학생들은 무척 공감하는 문장이 아닐 수 없지요.     


매주 수요일은 특히 평소보다 맛있는 급식이 나오는 날입니다. 오늘은 수요일! 뿌링클 치킨이 나오는 날! (한국식 뿌링클 치킨은 치즈, 양파, 마늘을 코팅한 바삭한 후라이드 치킨입니다. 이 치킨은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달콤한 디핑소스와 함께 먹으면 맛있습니다.) 이런 날은 특별히 갑자기 개체 수가 늘어나는 급식 빌런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급식실로 들어서기도 전 계단부터 뿌링클 치킨 냄새가 솔솔 납니다. 치킨 냄새는 여기저기 퍼지면서 학생들의 침샘을 이미 자극해버렸습니다.


‘음, 뿌링클. 아주 나이스 해.’     


김군은 설레는 마음으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립니다. 조금 웃기긴 하지만 김군은 뿌링클 치킨에 대한 갈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싶고, 일종의 차분한 학생처럼 보이고 싶어서 다른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이 뜨거운 감정을 숨기고 싶었습니다. 급식 순서는 3학년, 2학년, 1학년 순입니다. 작년에 1학년이었으므로 급식을 꼴찌로 먹어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올해는 2학년이라 중간! 더 먹고 싶은 사람은 1차 배식이 다 끝난 후 다시 줄을 서서 배식받을 수 있습니다. 김군은 자기 순서가 되자 배식원에게 ‘치킨 많이 주세요!’를 큰 소리로 말합니다. 배식원은 ‘많이 먹으렴’이라는 말과 치킨 조각을 제법 올려줍니다. 그래도 치킨은 늘 적게 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얼른 먹고 다시 줄 서야지.’      


자리에 앉아 뿌링클 치킨을 막 뜯으려는 순간, 김군의 레이더망에 걸린 급식 빌런들!     


오늘의 학교급식은 무엇인지, 맛은 있는지 궁금해하며 눈을 부릅뜨고 식판을 스캔하며 지나가는 하이에나들. 학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오늘의 메뉴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생길 것이고, 본능적으로 식탁 위 음식의 강렬한 냄새와 모습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리기 때문에 김군은 그 하이에나들의 눈빛을 확실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김군은 그 하이에나들이 정말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자신들도 급식을 곧 받을 것이므로, 자기 것이 아닌 음식을 쳐다볼 필요가 없습니다. 둘째, 다른 학생들이 식탁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급식실에서는 빨리빨리 앞으로 가야 합니다. 앞을 잘 보지 않고 가다가 누군가가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이미 밥을 먹고 있는 학생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숟가락 움직이는 것부터 경직되고 어색해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다면 어떻게 편안하게 먹고 즐길 수 있겠습니까? 김군은 식탁에서 식사하는 학생들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악당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는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고, 아직은 맛있는 음식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급식 빌런은 남양과 같은 선택적 급식 빌런입니다. 남양은 평소에는 급식실 근처에도 나타나지 않고 자주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곤 합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무엇?!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이 점심으로 나올 때마다 남양은 활짝 웃는 모습을 보입니다. 선택적 급식 빌런이 욕을 먹는 이유는 두 가지.      


먼저, 하루의 학교급식 재료 총량은 전날 섭취한 식품량으로 측정됩니다. 김군은 담임선생님에게서 이 사실을 들은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즉, 많은 학생이 점심을 거르면 내일 점심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결국 성실하게 급식을 먹는 학생들은 줄어든 급식량으로 인해 다음에는 충분히 먹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어서 최악이지요.      


둘째, 반장이 점심시간에 반 친구들의 인원수를 확인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반장은 밥을 먹지 않는 사람을 담임선생님께 알려드려야 하는데, 보통 선택적 급식 학생은 꼭 점심 직전에 마음을 결정합니다. 친구들에게 오늘의 메뉴를 물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갑자기 아픈 척을 하거나, 어떻게든 곤란한 표정을 짓습니다. 전에 반장이 김군에게 이 문제를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김군은 윤군이 3반 앞으로 달려가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 또렷이 보입니다. 윤군은 5반인데! 점심시간에 급식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안내 학생도 몇 명 있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지도교사도 한 명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이 너무 많고, 급식실도 붐빈다는 점입니다. 봉사 학생이나 지도 선생님도 소용이 없어요! 윤군은 이미 끼어들기에 성공했습니다. 정말 엉망진창이군! 김군은 오늘 정말 평화로운 식사를 기대했는데. 정말 이 새치기 빌런을 무시하고 오늘의 점심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김군은 식판을 깔끔하게 비우고 다시 줄을 서서 더 많은 뿌링클 치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뿌링클 치킨을 한 조각 더 갖게 되어 매우 기뻐합니다. 그러던 중 앞에 줄을 선 채로 밥을 먹고 있는 이군을 발견합니다! 빙고! 짐작하시겠지만 이군은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왜? 왜냐하면 이군도 뿌링클 치킨 한 조각을 더 먹고 싶지만, 첫 번째 받은 밥을 다 먹고 나서 기다리면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김군도 이군처럼 똑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김군은 양심의 소리를 들었을 뿐입니다. 실제로 많은 남학생이 간절하게 뿌링클 치킨을 추가로 받길 바라지만,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서 밥을 먹는 애들이 물론 급식 빌런이긴 하지만 치킨에 대한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용인됩니다.    

  

다른 유형의 귀여운 급식 빌런도 있습니다. 백군은 친구 문군의 식판에 있는 치킨 한 조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아 먹습니다. 그리고 치킨을 빼앗긴 것에 화가 난 문군은 큰 소리로 ‘파이어’를 외칩니다. 여기서 ‘Fire’는 한국의 10대들이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고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즉, ‘난 불처럼 될 테니 조심하세요.’ 또는 ‘폭발하고 있어요!’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순식간에 급식실은 대환장 파티장으로 변합니다. 이때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급식 지도 선생님이 급식실이 울리도록 소리칩니다.


“너희들! 입 좀 다물고 먹어!”     

순간, 조용해지나 싶더니 옆에서 조그맣게 웅얼거리지만, 또렷이 들리는 배군의 목소리.      

“입을 다물고 어떻게 먹지?!”     


김군은 배군의 말에 뿌링클 조각을 뿜을 뻔, 겨우 참아봅니다.      


‘이런, 웃기는 빌런 같으니라고. 흐흫.’     


문제: , 그럼 학교에는 어떤 급식 빌런들이 또 있을까요?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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