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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Sep 25. 2023

제2장. 학교 탈출

학교에서 만난 빌런들


점심시간이 되자 오선생님은 학교에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급식실을 막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특히 기혼 여교사들은 매일 제공되는 학교급식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급식은 전문 영양교사가 고안한 균형 잡힌 음식을 제공하지요. 무엇보다 점심 식사 후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오선생님은 집에서 매일 두 끼의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 후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선생님은 학교급식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아무런 걱정이나 노력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점심 메뉴에 만족하며 점심 음식을 먹으며 힘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과 관련된 예상치 못한 일들로 인해 교사들이 점심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배가 아프거나 두통이 있다며 조퇴 허가를 받으러 오는 학생도 있지요. 그런 건 당연히 괜찮습니다. 그냥 기분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가는 이유를 만드는 일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쁜 경우는 싸움, 상처, 기타 충격적인 사건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진짜 나쁘고 때론 충격적입니다.     


점심시간, 오늘도 학교에서 주는 영양 만점 맛있는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급식실 문을 나오려는 찰나!     


“선생님, 선생님! 저기요. 애들 도망가요!”     

막 점심을 마친 몇몇 학생들이 오선생님에게 다가와 식당 창문을 가리킵니다. 학교 낮은 담장 너머로 전동킥보드를 타고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이런! 한 대에 두 명이네.’     


눈을 씻고 보니 다시 보니, 세 명의 커다란 아이들이 작은 전동킥보드 하나에 모두 아슬아슬 매달려있습니다. 서둘러 휴대폰을 열어 동영상 앱을 눌렀습니다. 그 녀석들이 아찔하게 전동킥보드 작동을 하며 뒤를 쳐다보고 웃습니다.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오선생님은 찍은 영상을 살펴봅니다.     

“휴, 학생부에서 얼굴은 알아볼 수 있겠군.”


5초 정도의 정말 짧은 영상이지만, 다행히 그 녀석들 얼굴이 잘, 아주 잘 보입니다. 학생부로 ‘도망자’들 영상을 보내고 교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점심시간이면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은 늘 진땀을 뺍니다. 학생들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교문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은 노인 취업 장려 정책의 하나로 진행되는 일종의 봉사활동입니다. 따라서 많은 학교에서는 이미 은퇴했지만, 학교 학생들을 위해 일하고 싶은 자격을 갖춘 노인들을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으로 고용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어른들, 특히 노인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노인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한다면 그것은 매우 무례하고 부모로부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버릇없는 아이로 간주 됩니다. 지금은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고 있고, 불행하게도 일부 버릇없는 학생들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마도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은 그저 착한 학생들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 무례하고 때로는 못된 학생 빌런들이 저지르는 일들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습을 위해 교문을 지키는 사람이므로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라고 불립니다.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은 학교 교문에서 통학길 교통지도와 외출증을 받은 학생들을 확인하고 교문을 통과시켜주는 일을 합니다. 문제는 외출증이 없는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겠다고 생떼를 쓰거나 허락 없이 그냥 나가버리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께 버릇없이 대들고 무시하는 언행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러면 지킴이 선생님의 마음은 한없이 씁쓸해지고,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나? 학생들이 좋아 시작했는데, 이제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을 통과해야 하는 교문 대신 담장을 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아까 그 킥보드 녀석들은 담장을 넘은 것 같습니다. 녀석들은 학교를 탈출해 전동킥보드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녀석들은 어쩌면 그냥 ‘탈출’의 기분을 느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학교에 잘 있다가 갑자기 학교 탈출을 시도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흡연 욕구를 이기지 못해 충동적으로 발생하지요. 다행인 것은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특히 ‘빌런’인 이유는 흡연의 흔적을 온몸으로 감싸서 가지고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복도를 지나갈 때도 그 녀석의 특별한 향기가 나고, 냄새에 민감한 아이들은 당연히 질색하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여러 명이 작정하고 계획을 세운 후 학교를 빠져나가는데, PC방에서 팀별 게임을 하는 경우입니다. 이 아이들은 대체로 학교를 매우 좋아하는데,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 놀 수 있고, 끝나고 함께 또 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보통은 방과 후 PC방에 가지 ‘학교 시간에 탈출’해서 함께 노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PC방 주인들은 수업 시간에 중학생들의 방문을 거부합니다. 그런데 가끔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행사가 있었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좋은 핑계를 대고 학교를 일찍 마쳤다고 거짓말을 하면, 사장님이라고 이 악당들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문방구에 다녀와야 한다며 외출증을 받는 데 실패한 학생 중 몇몇은 학교를 몰래 빠져나가 편의점을 가서 좋아하는 과자를 사 옵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약 올리며 먹거나 원하는 것을 해주는 조건으로 과자를 나눠주지요. 하지만 이런 학생들이 모두 치사한 방법으로 친구들에게 과자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아무 조건 없이 친구들과 자신의 물건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경우라도 수업 중에, 다른 학생들은 꿈도 꾸지 못했던 특별 간식으로, 자기가 어느 정도 중요한 사람이나 인싸(인기 있는 사람)가 되다니, 당연히 다른 학생들은 이것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편의점을 다녀온 친구들이 트로피(사온 과자)만 공유하면 착한 빌런이라고 하더라고요.    

 

오선생님은 웬만하면 학생들이 학교 탈출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가 걱정됩니다. 오늘 도망친 전동킥보드 위의 빌런들을 생각해 보세요. 전동킥보드 자체는 특히 운전면허가 없는 청소년들에게 상당히 위험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학생 세 명이 한 대의 전동킥보드에 매달려 달렸습니다! 오선생님은 전동킥보드와 관련된 끔찍한 사고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소식이나 소문은 금세 다른 학생들에게 퍼져서 그 후유증도 꽤 커집니다. 가끔 어떤 학생들은 그 빌런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일종의 영웅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오늘 점심시간에 학교를 탈출한 악당들 덕분에 오선생님은 종례 시간에 전동킥보드 관련 안전교육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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