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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Sep 25. 2023

제6장. 시험 빌런

학교에서 만난 빌런들

중학교 2학년 최군은 경건한 마음으로 컴퓨터용 사인펜과 수정테이프, 빨간 볼펜을 준비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기본자세라고나 할까요? 훗. 최군은 컴싸(컴퓨터용 사인펜)의 뚜껑을 열고 흰 종이에 몇 줄을 그려보고 잘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수정테이프도 한번 사용해 봅니다. 시험 시간에 고장이 난 것을 가져가면 안 되니까요. 빨간색 볼펜은 시험 때 아주 유용합니다. 일단, 눈에 잘 띄는 색깔이고, OMR카드에 1차 마킹을 해도 읽히지 않기 때문에 수정테이프 사용 빈도수를 줄여줍니다. 자, 이 정도면 시험을 대하는 최군의 자세는 100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 영어듣기 평가     


오늘은 영어 듣기 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전국 영어 듣기 평가는 11시쯤 시작되니 3교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듣기 평가는 약 30분간 진행됩니다. 전국 영어 듣기 평가는 연 2회, 4월과 9월에 실시됩니다. 많은 학교에서는 시험 결과를 영어 수행 시험으로 활용합니다. 중학교 영어 듣기 평가는 대부분 학생이 쉽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시험 수준은 훨씬 더 높아집니다.      


시험 문제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최군은 시험에서 100점을 기대하며 학교에 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험 시간. 1번 문제는 화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적절한 그림을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5번이 들릴 때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에서 들려오는 딸깍딸깍 소리.      


 ‘오잉? 이건 무슨 소리지?’     

최군은 소리에 신경이 분산되고, 살짝 짜증이 났습니다.     


영어 방송이 흘러나오는 이 순간에 딸깍딸깍 볼펜을 누르는 소리는 너무 크게 들리고, 방송 소리에 집중하는 것을 당연히 매우 방해가 됩니다. 특히, 영어 듣기 평가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해서 중간에 멈출 수가 없습니다. 심각한 문제로 인해 문제를 듣기가 정말 어려울 때, 전체 시험이 끝난 후 해당 번호를 재생해줍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사소하고 사소한 것들은 재시험 문제로 간주 되지 않습니다.


다행히 감독 선생님이 그 소리 나는 쪽으로 서둘러 가셔서 제지합니다. 그런데, 7번 문제의 지시문이 나오는 순간, 나군이 혼자서 뭐라 뭐라 중얼거립니다. 아마 나군은 자기 생각을 조그맣게 말로 하는 것 같습니다. 나군은 평소에도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면 혼자서 대답도 하고, 끝말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최군은 이런 나군의 습관을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 영어 듣기 평가에서 혼잣말이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맙소사, 뭐야! 혼자 시험 보나?! 저 나쁜! 내 시험을 망치려는 거야?!’     


선생님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이번에도 황급히 안된다는 의미의 손을 흔들며 나군에게 다가갑니다. 나군은 시험 시간에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선생님의 ‘안 돼!’ 손짓을 보자마자 순간 깨닫고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습니다. 다행히도 나군을 끝으로 더 이상 시험을 방해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최군은 무사히 영어 듣기 평가를 마쳤습니다. 분명히 담임선생님께서 조회 시간에 영어 듣기 시간에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말씀해 주셨지만, 친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니면 무의식중에 실수로,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의 시험을 망치는 빌런이 됩니다.  최군은 처음에는 나군의 부주의한 소란에 너무 속상했지만, 나군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정군의 중간고사      


정군에게 지난번 중간고사 때는 아주 끔찍했습니다. 보통 중간고사는 2일에 걸쳐 치르게 되는데, 국어는 첫째 날 1교시, 수학 시험은 첫째 날 3교시, 영어 시험은 둘째 날 1교시, 과학 시험은 둘째 날 3교시였습니다. 정군은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시험에 진심이었고, 아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당연히 모든 과목을 잘 봐야 합니다.      


첫째 날 국어 시험 시간, 한참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데, 문군이 손을 들고 질문이 있다고 해서 학생들 모두 문제 오류인 줄 알고 긴장합니다. 문군은 ‘기행문’이 뭐냐는 질문을 합니다. 즉, 낱말의 뜻을 물어본 것이지요. 그 문제를 풀려면 ‘기행문’의 뜻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감독 선생님은 ‘기행문의 뜻을 알려달라는 것은 답을 알려달라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3교시 수학 시험, 수학 시험 시간에는 모두 시간이 촉박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고, 풀다가 시계를 보고, 점점 초조해지는데요. 이 와중에 김양이 수정테이프가 없다며 손만 들어도 될 것을, ‘수정테이프 없어요’ 하고 말을 해서 신경을 건드렸답니다. 1분 1초가 아까운 그 수학 시험 시간에 말입니다. 강군은 갑자기 컴퓨터용 사인펜을 시험 중간에 빌려달라고 하질 않나!      


정군은 제발 둘째 날에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시험을 보고 싶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3교시 과학 시험을 보는데, 누군가 과학 시간에 배웠던 암석송을 조그맣게 부르지 뭡니까. 과학 시험 문제로 암석 문제가 나오자 그 친구는 수업 시간에 배운 암석송을 암기하며 자기가 외운 것을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하, 이번 시험 제대로 끝날 수 있을까?’    

 

정군이 이번 시험은 정말 최악의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기침 소리가 들립니다. 이건 인정! 기침은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런데, 어랏! 잠시 후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시험이라 아무도 말도 못 하고, 인상을 찡그리고, 코를 막고 시험에, 시험에 집중합니다. 그 와중에 정군은 감독 선생님께서 조용히, 그러나 재빨리 창문 쪽으로 다가가 문을 활짝 여는 모습을 봅니다.

     

일부 학생들은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의 시험을 망치는 시험 빌런이 됩니다. 학교에서 시험 악당이 되지 않기 위한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 시험을 미리 준비하세요. 공부뿐만 아니라 시험에 필요한 마커, 수정테이프, 연필 등 시험에 필요한 재료도 포함된다는 의미입니다.


-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시험 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방귀를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 시험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큰 소리로 말하지 않고 손을 들고 선생님을 기다립니다.


- 문제로 제시된 지시문의 의미를 묻지 마세요. 어쨌든 선생님은 그 의미를 알려주지 않으실 겁니다. 대신 평소에 읽고 쓰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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