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의 무미건조한 의사는 약간의 감정을 담아 말하는 것 같았다.
“일을 그만두고 쉬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사형 선고는 아니었지만, 나약해질 대로 나약해진 자신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그냥 눈물 몇 줄기 흘렸을 뿐이다.
나는 익히 알고 있었다.
나는 쉬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쉬어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
내가 멈춘다 해도 내 주변의 모든 것은,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은, 원래대로 자신의 항로를 큰 요동 없이 가야만 하고, 그렇게 되리라는 것, 또, 내가 그들이 나로 인한 약간의 흔들림도 없기를 바란다는 것. 모든 것이 명확하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나의 죽음은 나만의 죽음이다.
어느 날, 나만이 사라지고, the rest of the world except me, 나머지는 그대로다. 그대로여야만 한다. 나도 그것을 원하고. 이렇게 우리는 협상을 끝냈다.
“OK. 진행 시켜. 나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야. 슬픔은 잠깐 허용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