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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May 27. 2023

학교에서 만난 빌런- 슈퍼맨 실험정신

5. 슈퍼맨 실험정신

 감각형(Sensing)은 오감에 의존하여 실제의 경험을 중시한다. 인식형(Perceiving)은 목적과 방향에 있어 변화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달라지고, 자율적이면서 융통성이 있는 유형이다. 이런 성향이 있는 유형들은 항상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재밌어 보인다고 생각하면 직접 해보려고 한다. 소위 슈퍼맨 실험정신이 강한 친구들이 있다        


 중학생이 되면서 아이들은 폭풍 성장을 한다. 각각 폭풍 성장의 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폭풍 성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들이 가장 손쉽게 자신의 폭풍 성장을 증명하는 방법은 바로 복도에서 점프하기다. 점프해서 반 팻말 치기나 점프해서 천장 치기를 한다. 반 팻말 치기를 하면 팻말이 떨어져 파손되고 지나가는 아이들이 다치는 경우가 있다. 점프해서 천장 치기는 대부분은 천장까지는 닿지를 못한다. 하지만, 간혹 키 큰 녀석들이 점프해서 건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는 천장을 대고 있는 천장 텍스가 생각처럼 강하지 않고, 살짝 건드렸을 때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학교이고 아직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석면 텍스일 가능성도 있다.                


 119구급차가 급하게 학교를 떠나는 모습을 보고 A교사는 서둘러 교무실로 갔다

 “B선생님, 방금 구급차 무슨 일인가요? 누가 아픈 걸까요?”

 B교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A교사에게 다가와 말한다. 

 “선생님, 안 그래도 찾던 중이에요. C군이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이런, 어쩌다가요?”

 앞 건물에서 뒤 건물로 연결되는 통로가 2층에 있었다. 그리고 그 2층 통로는 밖으로 계단이 나 있어 1층 급식실로도 연결된다. C군은 계단을 올라가 앞 건물로 가려다가 연결 통로 복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흠, 이 정도면 내가 충분히 뛰어내릴 수 있겠는데.’

 C군은 키가 크고 체육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학생이었다. 모험심이 많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우월한 신체 능력 뽐내기를 즐겼다. 아래에는 C군 친구 몇 명이 놀고 있었다. 

 “얘들아, 나 여기서 뛰어내릴 수 있어! 한 번 보여줄까?”

 C군이 이렇게 말하자 밑에서 보고 있던 친구들이 일제히 C군을 쳐다봤다. 

 “야, 안 돼 안 돼.”

 “야, 해봐, 성공하면 내 형님.”

 “아후, 하지 마. 위험해! 너 그러다 크게 다친다!”

 C군은 이미 마음의 결심을 끝냈다. 그리고는 아이들의 걱정 반, 기대 반 눈동자들을 한 몸에 받고 우쭐한 마음으로 ‘슈퍼맨’이 되어 낙하! 이제 착지! 

 ‘착지?! 손을 어떻게 하지? 다리는?!’

 이런 생각을 하다 순식간에 이미 바닥이었다.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제법 멋있게 뛰어내렸지만, 착지 순간 다리를 잘못 디디면서 C군은 고꾸라졌다.      


 다음날 C군은 목발을 짚고 등교했다. A교사는 C군에게 다가가 말했다. 

 “괜찮니? 많이 다쳤니?”

 “네, 괜찮아요.”

 “왜 그랬어? 무슨 일이 있어서 거기서 뛰어내릴 생각을 한 거야?”

 “저. 그냥요. 뛰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애들한테 좀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헤헤.”

 “C군아, 모든 것을 실험해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위험한 걸 몸으로 직접 실험하는 것은 우리가 ‘무모하다’라고 한단다.”

 “네, 잘 알겠어요. 선생님. 그런데, 저, 거의 성공이었어요. 제가 다리만 조금, 자세를 조금만 바로 잡았어도 멋지게 짜잔 착지할 수 있었다고요. 아휴, 아까워요. 헤헤헤.”

 “응, 알겠어. 믿어줄게. 하지만, 다음엔 절대 안 돼!”     


 D교사가 교무실에서 공문을 작성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 복도가 시끌벅적하다. 갑자기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문을 벌컥 열고 소리친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음. 그래. 말해보세요.”

아이들은 매번 ‘큰일’이라고 소리친다. 그 큰일 중에는 진짜 큰일도 있고, 가짜 큰일도 많다. 

 “E가 천장을 부셨어요!”

한 아이가 외친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 명의 아이가 마구잡이로, 큰 소리로 부연 설명을 곁들인다. E군이 뚫어뻥으로 천장을 쳤단다. 천장이 부서졌단다. 옆에서 말렸지만 E군이 그냥 마음대로 했단다. 온갖 정신없게 하는 말들을 여기저기서 외쳐댄다.      


 그래? E군은? E군은 괜찮니안 다쳤어?!”

 D교사는 E군의 안전을 먼저 확인한다. 다행히 E군은 멀쩡하다. E군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아이들에게 끌려오듯 교무실로 걸어 들어온다. 

 “E군아, 무슨 일이니?”

 “제가, 화장실에서 F와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때, 말벌이 들어와서, 제가, F보고 나가라고 했어요. 대걸레로 어, 물이 좀 흘렀는데. 얼른 나가라고. 대걸레로 저리 가라고 밀었어요.”

 E군은 F군에게 대걸레를 들이민 일을 야단맞을까 봐 그 일을 먼저 고백한다. 

 “알았어. 그런데, 천장 얘기는 뭐야?”

 “어, 그러니까, 제가 F를 내보내고, 뚫어뻥으로 말벌을 잡으려고, 말벌이 천장에 붙어서, 제가 그걸로 탁, 쳤는데. 그게, 푹 깨져버렸어요. 그렇게 천장이 약할지 몰랐어요.”

사실, F군은 옆에서 E군을 말렸다. 그냥 나가자고. 하지만 E군은 꼭 그 말벌을 잡고 싶었고, 옆에 있던 뚫어뻥은 왠지 좋은 도구가 될 것 같았다. 그 도구로 말벌을 잡는다면 신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자랑거리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E군의 뚫어뻥으로 말벌 잡기는 실패로 끝났고, E군은 천장 텍스 두 장을 파손했다. 다행히 행정실에서 천장 텍스 두 장 값은 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날마다 다양한 실험하는 슈퍼맨들이 출몰한다. 의자를 옮기려다 높이 들어서 천장에 매달려있는 선풍기 날개를 부러뜨려 파편이 튕겨 나가는 일, 친구와 장난치다가 소화 벨을 잘못 눌러서 온 학교를 비상사태로 빠지게 하는 일, 살짝 겁만 주려고 주먹으로 유리창을 쳤는데 와장창 유리가 깨져버려서 다치는 일, 친구와 추격전을 벌이다 교실 문을 못 열게 하다가 문고리가 빠지는 일, 계단 핸드레일(안전 손잡이)을 멋있게 타고 내려가다가 중심을 못 잡고 떨어지는 일. 그 외에도 기상천외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아침저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강조하고 강조하지만, 우리의 슈퍼맨들은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험해 보고 실패한다고 해도, 그 일만 해당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을 해야 한다.      


 실험하는 슈퍼맨들에게

 꼭 기억하세요!

 당신의 실험으로 당신도

 함께 있던 친구들도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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