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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May 27. 2023

학교에서 만난 빌런- 낙서로 빌런

8. 낙서로 빌런

선생님여기 책상에 이상한 말 쓰여 있어요!”

A교사는 3조 자리로 가봅니다. 책상 위에는 ‘한남’, ‘페미’에 관한 비속어가 섞인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적혀있습니다. 마지막엔 ‘김OO 씀’이라고 친구 이름까지 도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는 특별실이라 여러 학년, 여러 반 학생들이 이 교실을 사용합니다. A교사는 이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의 명단을 살펴봅니다. 3조 칠판을 바라보는 왼쪽 자리에 앉아있고, 이런 말을 쓸만한 녀석이 누굴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딱, 감이 옵니다. 다음날 A교사는 3학년 8반 B학생을 부릅니다. 

“B군아, 선생님이 3조 네 자리에 쓰여 있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놓았는데 말이야. 혹시 네가 쓴 거니?”     


 B학생은 순순히 자신이 쓴 것이라며 죄송하다고 합니다. A교사는 낙서의 내용도 안 좋은 내용이고, 특히 친구의 이름을 도용한 것은 매우 안 좋은 행동이고, 수업 시간에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학교 물건에 낙서한 것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다시 한번 더 강조합니다. 낙서는 다행히 연필로 쓴 것이라 지우면 됩니다. B학생은 자신이 쓴 낙서를 지우고, 특별실 책상들을 모두 깨끗이 닦기로 합니다.      


 오늘은 대청소 날입니다. 학생들은 구역을 나눠 각자 맡은 청소를 합니다. 3학년 1반 담임 C교사도 고무장갑을 끼고 학생들과 교실에서 청소하면서 관리를 합니다. D학생은 교실 뒷문 바로 옆에 걸려 있는 거울과 그 주변 청소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D학생은 웬일인지 몹시 화가 났습니다.      


 선생님여기 틴트 자국은 안 지워져요. 지우개로 지워도 안 돼요. 걸레로 닦아도요!”

 C교사가 자세히 살펴보니 거울 주변 벽에 온통 분홍빛 붉은빛으로 물들어있습니다. 여학생들이 틴트를 바를 때 손에 묻은 틴트를 휴지로 닦지 않고, 그냥 벽에 그은 것입니다. 화장하지 않는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은 거울 주변에 화장하는 여학생들이 묻혀놓은 그 붉은색이 너무 지저분하고 싫다고 합니다. 화장은 자유지만 교실 벽에 립스틱 크레파스라니요! 게다가 이건 잘 지워지지도 않거든요.      


 중학교 1학년 E학생은 조금 소심하지만 귀여운 남학생입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가장 즐거운 시간은 자유학기 수업 시간입니다. 자유학기 수업 시간에는 주제 선택, 예술 체육,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는데, E학생이 특히 좋아하는 수업은 영어 스피치 시간입니다. 자유학기 시간에는 수업에 따라 교실을 이동해야 합니다. E학생은 오늘도 영어 스피치 수업을 듣고 교실로 돌아왔지요. 자리에 앉아 집에 갈 준비를 하다가 책상을 보고 으악! 놀라고 말았습니다. 책상 위에 한가득 유성 매직으로 쓴 방명록이라니! 

 ‘자리 주인님, 저는 1학년 2반 학생입니다. 오늘 수업 참 즐거웠습니다. 잘 머물다 갑니다. ㅋㅋㅋ’

 ‘안녕. 난 네가 누군지 알지. 너 멋져! 다음에 만나면 인사하자. -유OO-’

 짧은 인사말부터 친한 친구일 것 같은 친구의 쓸데없는 말까지 책상 가득 쓰여있습니다. 앗!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십니다. E학생은 이 현장을 들키고 싶지 않아 얼른 팔을 뻗어 책상을 감싸 안습니다. 그리고 E학생은 결심합니다. 

 ‘으!, 나도 이 빌런들에게 복수할 거야!’     


 최악의 낙서로 빌런’ 장소는 단연코 화장실입니다. 당신을 학교 화장실로 초대한다면 당신은 화장실 세면대 벽에서부터 환영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답니다. 익숙한 아이돌 멤버들의 이름부터 잘 모르는 연예인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 친구의 이니셜인지 모르는 다양한 이름들이 적혀있다지요. 연필로 쓴 것도 있고, 볼펜 자국도 있고, 매직, 네임펜으로 쓴 것도 있어요.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면 잘 알고 있죠? 그 유명한 ‘옆을 보시오. 뒤를 보시오. 다시 옆을 보시오. 아직도 보고 있다니 바보!’ 도 빼놓을 수 없지요. ‘빨간 휴지, 파란 휴지’가 여전히 벽에 적혀 있답니다. 도대체 이 낙서는 언제 쓴 것일까요? 분명 화장실 리모델링은 작년에 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신기한 것은 낙서를 보면 왠지 나도 낙서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이미 쓰인 낙서에 반박하거나 동조하는 또 다른 낙서를 첨가하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자리의 주인이 있는 경우는 주인은 매우 화가 납니다. 욕설이나 누군가를 비하하는 낙서를 보면 기분도 나빠지고, 책상에 낙서가 되어 있는 경우는 책상을 쓰기가 참 불편해집니다. 손에 묻기도 하거든요. 낙서로 자신의 흔적을 표현하기도 하고, 속에 있던 말을 내뱉으며 갈증을 해소하기도 하는데요. 잊지 마세요. 


낙서는 낙서를 부르고낙서의 주인은 빌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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