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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un 17. 2023

3. 맨 앞에 앉혀주세요.

미지수 엑스(X)인 학부모

오교사는 올해 중학교 2학년 담임입니다. 오교사가 맡은 학생은 모두 37명, 교실 크기는 아이들 숫자에 맞게 크지 않아서 조금 비좁게 느껴집니다. 교실 맨 뒤에는 사물함까지 있어서 분단과 분단 사이를 지나가기가 너무 좁고 수업 중 학생들에게 다가가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새 학기 첫날 1교시는 담임 시간이라 학생들에게 ‘저를 소개합니다’를 나눠줘요. 학생들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방과 후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생활 습관은 잘 잡혀있는지, 특별한 고민은 없는지, 담임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에 관해 알아야 하거든요.     

 

오교사는 먼저 반 아이들에게 간단히 자신을 소개합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은 올 한 해 여러분의 담임을 맡은 오교사입니다.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첫째, 건강, 둘째, 인성, 마지막으로 학습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상담 요청하세요.”     


보통 학기 초에는 자리를 번호 순서대로 앉도록 합니다. 학생 이름을 빨리 외우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학기 초에는 번호순으로 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기도 합니다. 한 달 정도 적응 기간이 끝나면 자리 바꾸기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제비 뽑기 등으로 자리를 정합니다. 그때에도 키가 너무 작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해당 학생을 앞자리에 앉도록 합니다. 키가 큰 학생이 앞자리를 뽑게 되면 다른 학생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양쪽 끝 분단에 앉도록 하지요. 아이들은 자리 바꾸는 날을 기대하고 좋아합니다. 마음에 맞는 친구와 짝꿍이 되기를 원하기도 하고, 각자가 특별히 좋아하는 자리가 있기도 합니다. 조금 더 좋은 자리도 있고, 불편한 자리도 있어서 자리 바꾸기는 한 달에 한 번 합니다.    

  

A는 반에서 키가 큰 편이고, 자리 뽑기에서 다섯 번째를 뽑았습니다.

수업 시간, A가 필기를 하지 않고 딴짓을 하고 있습니다. 오교사는 A에 다가갑니다.

“왜 필기를 안 하니?”

“안 보여서요.”

“눈이 나쁘면 안경을 써야지.”

“귀찮아서요. 안경은 불편해요.”

“그렇구나. 일단 지금은 앞으로 가서 필기해도 된다.”

그러나 A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냥 안 하면 안 돼요?”

“응, 안돼. 그럼 친구 것이라도 보고 하세요.”

A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옆 친구의 노트를 보고 필기를 합니다.      


상담주간이 되어 오교사는 학생들에게 상담신청서를 받습니다. A의 어머니도 상담 신청을 했네요. A의 어머니는 전화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A 엄마입니다. 우리 애가 뒷자리에 앉아서 칠판이 안 보였대요. 자리도 안 바꿔주시고 그냥 필기하라고 했다던데요. 사실인가요?”

오교사는 살짝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상담을 이어갑니다.

“어머니,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A가 시력이 많이 안 좋은가요?”

“네, 시력이 나빠요.”

“그럼 왜 안경을 안 쓰나요?”

“아니, 선생님. 우리 애가 안경을 쓰면 답답해하기도 하고, 안경이 잘 안 어울려서 안 쓰는 거예요. 그냥 앞자리에 앉게 해 주시면 되잖아요.”

“어머니, A가 키가 큰 편이라 앞자리에 앉게 되면 다른 학생이 매우 불편합니다. 눈이 나쁘고, 다른 중대한 사유가 없다면 안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안경을 써도 잘 안 보인다면 자리를 배려해 줄 수 있답니다.”  

   

A의 어머니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아니, 선생님. 우리 애 같은 애들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세요. 그냥 우리 애 하나 정도는 앞자리로 옮겨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공부하겠다는 애를 그 정도도 배려 안 해주고, 너무 하시네요. 자리 하나 가지고 다른 애들 운운하시는 걸 보니, 우리 애가 선생님한테 찍혔다는 말이 맞는가 보네요. 작년에 담임선생님은 앞자리에 잘만 앉게 해 주셨는데요.”

오교사는 A와 더 얘기해 보고 정 원하면 자리를 바꿔주겠지만, 반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오교사는 A에게 앞자리로 옮겨주겠다고 하고, 대신 다른 아이들에게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A는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 선생님, 저희 엄마가 이상하게 말했어요? 아휴, 저 자리 옮기기 싫어요. 앞자리 싫어요. 그리고 애들이 뭐라고 해요. 안 보인다고, 머리 치우라고.”

“하지만 눈이 안 보인다는 핑계로 계속 필기를 안 할 수는 없잖니?”

오교사의 말에 A는 안경을 쓰겠다고 약속합니다. 사실은 집에 안경이 있고, 귀찮아서 안 가지고 다닌다고.      


자기 아이 공부를 위해 무조건 앞자리에 앉도록 배려해 달라는 A의 어머니. 사실 오교사는 자기 자녀를 더 챙겨주고 배려해 달라는 학부모를 많이 만납니다. 그런데, 그중 몇몇은 심지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도 별로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왜 안되는지를 설명하면, A의 어머니처럼 자기 아이를 차별하느냐, 미워하느냐 등 갑자기 오교사를 공격하면서 따집니다. 오교사는 A의 어머니처럼 자기 아이만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학부모가 더 있을까, 순간 상담이 몹시 부담스러워집니다.


A의 어머니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미지수 엑스(X)인 학부모,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Oh!) 할 수 있는 

여러분의 좋은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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