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528

by 고래꼬리

창고에는 안 쓰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지금은 쓰지 않지만 언젠가는 쓸 물건들

그래서 버리지 못하고 창고에 넣어둔 물건들

그런데 다시는 쓸 것 같지 않은 물건도 창고에 넣어둔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다

미련이겠지?

정리 전문가나 스몰라이프들에겐 기겁할 일일 것이다

나는 저장강박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버릴 수가 없었다

창고의 그 수많은 물건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

어제 뭘 먹었는지 물어보면 “글쎄..” 하고 생각을 해봐야 할 정도의 기억력인데 말이다

분명 창고에 두었다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창고를 뒤집어엎어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있긴 있었던 건가? 있었으면 좋겠다. 있어야 한다 생각이 만들어 낸 허상의 존재는 아니었을까?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것도 있고 저 깊이 쑤셔 박혀 있는 것을 결국 찾아내기도 한다

그러다 여기 이런 게 있었구나 할 때도 있다

넣어둔 기억은 없지만 분명 내 거인 것

그럴 때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먼지를 털고 물걸레로 닦아 내놓아본다

”이거 쓰면 딱이다“

다시 잘 넣어둔다

“여기 있는 거 알았으니까 다음에 써야지”

내 마음 창고에도 이런 마음들로 가득할 것이다

깊이 숨겨 놓은. 넣어둔 것조차 모르는. 언젠가 다시 꺼내야지 했던.

창고는 언제나 가득 차 있다

어떤 것은 버려야 한다. 그래야 다른 것을 더 넣을 수 있다

그런데 너무 어렵다

모두가 추억이고 기억이니까

창고에서 문밖으로 내버려지면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영영 이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