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9 텅 빈 충만
법정스님의 텅 빈 충만을 책꽂이에 꽂은 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났다. 내 책이니 아무 때나 읽으면 된다는 생각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읽다 보니 계속 미뤄졌다. 그러다 길상사를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이 손에 들어왔다. 텅 빈 충만이란 어떤 것일까? 역설적인 이 제목은 무소유와 이어져 있지 않을까?
부랴부랴 읽어 책장을 휙휙 넘기고 싶지만 그리 되지 않는다.
나는 무교다. 그러나 자연 속에 자리한 사찰을 좋아한다.
석가탄신일에 북적이는 절은 좋아하지 않는다
고즈넉한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
텅 빈 충만을 나도 좋아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스님과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은 친근함이 들었다.
어제는 늦게까지 책을 읽었다. 그리고 완독 했다
길상사 공양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집에서 40-50분 거리인데 길이 새로 정비 됐는지 네비와 맞지 않아 돌고 돌아 겨우 때를 맞췄다
벌써 한여름 같아서 더 덥기 전에 가보려 한 것인데 오늘도 땡볕이다.
해우소에 들러 손을 씻고 아주머니 한분께 공양하는 곳을 물었다. 아주머니도 가신다며 함께 가자신다. 동무 삼아 얘기하며 쉽게 찾아갔다
12-12:50 이 공양시간이다. 몇 분이 줄을 서 계셨다. 오늘은 사람이 없는 거라고. 50분 넘으면 밥 안 준다고 오면 꼭 먹고 가라고 하신다. 하하하
발우에 비빔밥, 떡 한 조각 , 파인애플 한 조각을 받았다. 이곳은 묵언이다.
테이블에 함께 공양하던 다른 아주머니께서 산자를 가져다 하나씩 주셨다. 세 개 남았다면서. 하하하
오늘은 운이 참 좋은 날이다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좋은 분들이다
지하철 역까지라도 모셔다 드리고 싶었지만 나는 이제 왔고 그분들은 이제 가실 분들이라 그만 헤어졌다
평일이라 그런지 조용하고 시내에 있지만 산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홍빛 나리꽃이 녹색 초화들 속에 섞여 드문드문 얼굴을 내민다. 빨간 보리수는 예쁘게도 열렸다.
법정스님이 계셨던 진영각에 들러 스님의 찻잔을 보았다. 혼자만의 차를 즐겨하시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극락전 부처님께 공양미를 받치고 처음 해보는 절을 올리고 소원도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너무 많은 걸 빌었나.. 했지만 그래도 두 손 모아 빌어보았다
나는 오늘 텅 비지 않았지만 텅 빈 충만을 느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