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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단짝을 바꾸었다. 자나 깨나 어딜 가나 함께였던 친구
2019년 12월에 다른 이의 친구였던 그는 나에게로 왔다.
그와 친구가 되기 전에도 꽤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가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 몸은 망가졌다. 그런 그와 더 함께하려 애를 써봤지만 잡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서랍 속에 잠들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마음이 젊어서였을까. 그를 잃은 슬픔도 없이 새로운 친구를 만난 것이 기뻤다. 기쁘게 맞이했다.
그 만남이 벌써 6년이 되었다. 이 친구는 잘 지내고 있었다. 기력이 빨리 쇠하여 배터리를 교체해 주었다. 그러나 그 기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업데이트 버전이 맞지 않아 워치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 말고는 괜찮았다. 충전이야 틈 날 때마다 해주면 된다. 사람들은 볼 때마다 오래도 쓴다면서 그만 바꾸라고 하였다. 하지만 아직 쌩쌩한데 왜 바꿔야 하는지. 고장난데도 없는데 왜 굳이.. 나는 급기야 화까지 내곤 하였다.
그런 내가 너를 떼놓고 새로운 친구를 맞았다. 그러나 기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새 친구였는데도..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물건이든.. 나는 정 떼기가 힘들다. 어쩔 수 없는 헤어짐이라면 감내할 수밖에.. 그러나 너는 아니다. 조금의 불편함은 감내할 수 있었다. 책꽂이에 누워 있는 너를 보니 안쓰러웠다. 매일 꽂혀 있던 충전기가 네가 없으니 쓸쓸해 보였다. 아직도 이렇게 멀쩡한데. 어제까지도 나의 단짝이었는데.
사람과 무엇이 다른가. 나이가 들었고, 외모가 젊지 않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외면당하는 현실. 아직 잘할 수 있고, 아직 쓸모가 있는 사람인데. 어제까지도 사랑한다 하던 사람이 오늘은 나를 버린 것처럼.
나의 오랜 단짝친구.
너에게 나는 너무나 감사한다. 외로울 때, 슬플 때, 기쁠 때, 즐거울 때, 지루할 때, 잠이 안 올 때 모든 순간을 나와 함께 해주었다.
나는 책꽂이에 누워 있던 너를 책상 위 새 친구 옆에 나란히 놓는다.
그리고 너에게 충전기를 꽂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에게 알람을 해던 너.
“이제 알람은 그만 울려도 돼. 우리 함께 음악이나 듣자꾸나. 오랜 나의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