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불빛

‘소’ 도반의 시

by 도반

예전엔 정육점 쇼케이스 냉장고 조명을 붉은색으로 했다. 빨간 고기가 맛있을 거라는 인식 때문에 막상 꺼내 놓으면 허여멀건 상태에 적잖이 실망하곤 했다. 그때는 그랬다. 그 불빛 아래 있으면 구분이 안 가던 고기가 고기이던, 창녀촌을 밝히던 붉은 조명을 예전엔 푸줏간 불빛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거기서 위로를 받고 또 누군가는 그들에게 담배와 과자를 팔았다. 붉은 불빛이 비추는 곳에서 우리는 다르지 않았다. 그곳을 벗어나면 연탄재처럼 하얗게 식어버린다. 지금은 정육점에 흰 조명을 쓴다. 동네마다 있던 창녀촌은 다 사라졌다. 보라색 종량제 봉투는 가로등 밑에서 붉은색이 된다. 입김이 서린 편의점 창가엔 쓰레기 차가 지나간다. 휙휙 쓰레기로 가득한 봉투를 던진다. 베지밀은 따뜻하고 보름달은 퍼석하다. 배가 불러오고 이제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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