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려는 마음

‘루‘도반의 시

by 도반


엑스레이에는 흰 점들이

별무더기처럼

온몸 구석구석 흩뿌려져 있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


어느 날 문지방을 밟고 서서

어리둥절한 얼굴을 한 그가

종이와 연필을 든 채로

어렵게 말을 이었다


“야 왜이라나? 글자가 안 써진다”


답할 수 없는 것들은

점점 많아지고

답을 들을 수 없는 상태도

점점 잦아졌다


봄이 나자빠지 듯

겨울로 던져졌다


글자를 잃은 그가

나를 잃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그가 기억하는

나는 어떤 장면들에 놓여있을까


나도 이제 그만

좋은 날의 장면들만

마음에 꼭꼭 씹어 두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