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밤

‘루‘도반의 시

by 도반

취했던 밤들은 사나운 밤이어서

해가 뜨면 그 밤은 까매지고

무르팍엔 길바닥 자국

벌겋게 까진 밤의 흔적만이

어젯밤 또 적당하지 않았구나 싶다


지난밤 나의 알리바이와도 같은

핸드폰 목록을 뒤진다

아,

네 이름을 발견한다

1분 30초

우리에겐 길고 긴 그 시간

무슨 얘길 나눴을까


나보다 안전한 인간을 만나라고

또 지랄을 떨며

하찮게 굴었을까


무르팍에 굳은 피딱지를

긁어낸다

사소한 통증이 밀려온다

잊어도 될 기억들도 긁어낸다

고치길 포기한 나쁜 버릇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늘 비상약을 챙겨 다니는 내가

우리의 문제라고

네가 생각하게 된 때,

내가 안전하지 않아 진 때


안전하지 않은 나를 두고

너의 친형 같던 사람은 그랬다

“넌 만나다 헤어지면 끝이지만

난 K랑 가족처럼 평생 볼 거야”

분했다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헤어짐을 인정할 수 없어서

반년을 질질 울고 짜며

매달렸다

남들 말대로 되고 싶지 않아서

내가 안전하단 걸 증명하고 싶어서


네 얼굴만 봐도 나는 펄펄 눈물이 났다


그래서 거절당하는 날에는

네 집 앞 포장마차에 앉아

술을 개처럼 마셨다

내일 모든 건 깜깜해질 거야

이 사나운 밤들 전부

그렇게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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