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믿음

‘루’도반의 시

by 도반

느리고 따듯하게 일어나는 법 없이

쫓기듯 다급히 깨어나는 잠에서 나는

기억의 꼴라주 속을 미로처럼 걷다가

맨발인 채로 너의 파편에 찔린 채

한참을 절뚝이고 헤매었더랬지


허겁지겁 깨어선 발을 매만졌다

아무일도 없는데 날 선 고통에 시달리는

새벽 혹은 이른 아침


머얼리 종소리가 들린다

종소리의 여운이 귓전을 떠돈다

종이 울릴 곳이 없는데도

이토록 성스러운 소리는

약속도 없이 어디서 날아드는지

죄를 씻어주는 건지

그래 그렇다면

오늘 밤은 푹 잘 수 있는 건지


무릎을 꿇고 종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고 향해서 두 손을 모은다

나는 누구도 믿지 않지만

기도라는 것을 해본다

살려주세요

이런 것도 기도가 될지요


헛웃음이 나버려 호호 웃었다

일어나 아침약을 먹어야지

기도보다 확실한 것들을 믿어야 한다

늘어나는 알약의 수를

이제는 헤아리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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