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날

‘루’도반의 시

by 도반

실없이 내리는 봄 볕처럼

웃는 너를 나는 그때

싫어했다 시시해서


불혹에 봄 볕은

죽을 날 받아놓은 사람마냥

매번 아까워서

그 시절의 내가 같잖아서


결혼을 약속하던

네 다짐도 나는

우스웠던 그 비 오는 횟집에서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오기를 증명해 보이는 일이

사랑은 아니라고

오만을 떨었었다


네 가족사진을 우연히

마주하며

그래 곤두박질치는 내 삶에

네가 같이 추락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하며

소주 몇 잔을 했다

파랗게 물드는 석양을 등지고


팔자가 험해서

파도 같은 삶을 살 거라던

아버지 친구의 사주풀이가

영 틀린 건 아니구나 하며

코 끝에 맴도는 술기운을

들이마시며 이르게 잠든다

매거진의 이전글확실한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