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루‘도반의 시

by 도반

늙어가는 딸과 늙은 엄마가

한 집에서 삶을 썩혀간다


어떤 날에는 통창에서 들어오는

세상의 모든 볕을 맞으며

고상함을 일상처럼 살던 날도 있었던

딸과 엄마는

이제 그런 날은 없고

없는 채로 뭉그러져간다


목소리만 커진다

이명이 심해져 난청이 생긴 늙은 엄마에게

시끄럽다고

티비 소리가 시끄럽다고

시끄럽게 말해야 겨우 말이 닿는다

옆집 사람은 이 집 모녀가 맨날 싸우는 줄 안다


모녀는 한 번도 대화한 적 없다

각자의 네모에서 시간을 죽일 뿐

내뱉지 못한 죽음은

혀끝에서 맴돌다 삼켜진다


그저 썩은 내만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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