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행복

'소'도반의 시

by 도반

찬물에 밥을 말았습니다. 푹 익은 배추김치면 찬도 충분합니다. 양철 소반에 단출한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목이 돌아갈 때마다 소리를 내는 오래된 선풍기는 이제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누런 장판에 앉은 볼품없는 손을 바라봅니다. 손톱 밑은 새카맣고 주름이 진 데다 검버섯이 핀,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한 술을 뜹니다. 떨리는 손과 마중 나가는 혀 사이에 텀이 있습니다. 그 틈으로 생각이 비집습니다. 추억도 뭣도 아닌 잡념들 미지근한 물밥에 김치의 신맛과 궁둥내가 비강을 타고 코에서 빠져나갑니다. 성치 않은 치아로 오물거리며 밥을 씹어 삼킵니다. 그 와중에 온전치 못한 입술이 입 안에 음식을 흘립니다. 어제 빨래한 러닝 셔츠에 붉은색 김치 국물이 물듭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식사는 이어집니다. 작은 방으로 들이닥친 빛이 달갑지 않습니다. 벽에 붙은 자개농에 복사된 반짝거림에 눈살을 찌푸려 봅니다. 밥을 다 먹지 못했는데 더 이상 소화가 안 됩니다. 숟가락을 내려두고 밥상을 치웁니다. 개수대에 그릇과 수저를 담고 물을 부어 두고 행주를 집어 상을 닦습니다. 다리를 접어 한쪽 구석에 치워두고 이부자리도 펴지 않은 방바닥에 눕습니다. 눅눅한 비닐이 온몸을 감싸는 것 같습니다. ”제발 이대로 끝났으면 “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소박하고도 헛된 바람을 말하고 잠이 듭니다. 낡은 선풍기가 대신 앓는 소리를 내지만 어떤 것도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모로 누워 그 순간만큼은 태아로 돌아갑니다. 방이 식어 갑니다. 무슨 꿈을 꾼들 의미가 있겠습니까? 살아낸다는 악몽만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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