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도반의 글
어영부영 스무살이 되었다. 달라진 건 별로 없었고, 십대의 부록처럼 딸려 온 것 같던 스물은 상상처럼 즐겁지 않았다. 나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겉돌았고, 결국 학교를 잘 가지 않았다.
여전히 고등학교 시절에 파묻혀서, 그 때의 친구들을 만나고, 그 때의 기억과 감정으로 살았다.
“7년 후에도 그럴까, 우리?”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고, 스물이 되어서도 자주 봤던 친구가 스물 어느 초여름 밤 대뜸 물었다.
“7년 후에도 우리는 첫사랑 얘기에 마음이 아플까.”
왜 7년인지 묻지 않았지만,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아마 10년 뒤에도 그럴거 같아.”
내가 대충 가늠할 수 있는 먼 곳, ‘10년 뒤’. 그 즈음을 말하면서도 사실 조금의 의구심은 있었다.
설마.
설마, 10년이나 지났는데도 그럴까.
그 친구와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고, 그렇게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 친구의 결혼 소식을 알게 된 건 우리가 말한 7년을 넘기고, 10년은 넘기지 않은 어느 때 쯤이었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뀐 것으로, 그런 먼 사람의 입장으로만 알 수 있었다.
잘 살아라, 옛친구여. 어떤 시절이 또 지나갔구나, 하며. 친구목록에서 그 친구를 삭제했다.
삭제하며 혼자 답했다. 나는 아직 첫사랑 얘기에 마음이 아파. 그 때 만큼.
그리고.
10년이 흐르고, 15년이 흐르고, 그렇게 시간이 더 흘렀지만
어쩌지? 나는 첫사랑이 아프다.
기억과 얽힌 사소한 것들이 돌발적으로 툭, 하고 나의 마음을 건드릴 때 나는 종종 무너진다.
가장 취약한 건 역시 음악이다.
휘성이 그랬고.
이번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다.
게다가 이번 곡은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는 이제, ‘우리’가 아닌 ‘우리’가 될 수 없는 지금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씨디플레이어를 나눠 들으며 보낸 카페, 거리, 그 때의 그 장소들이 주던 특유의
공기 냄새, 우리를 감싸던 온도, 웃고 울고 다투기도 했던 그 소소한 감정들과 감각들,
나보다 한 참 큰 키의 너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너를 올려다보면, 너는 나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나를 내려다보던 달고 아름답던 눈맞춤, 씩씩하게 맞잡은 손.
노래는 참 촘촘하게도 기억을 소환해주었다.
하지만 기억의 끝에서 나는 항상 후회를 한다.
겨울 밤. 눈이 쌓인 그 계단에서, 화가 나 먼저 계단을 오르던 너를 따라 걷던 내가
조금만 용기를 내어 너의 뒷모습을 안았더라면,
그러지 말라고, 너를 많이 좋아하니까 어디에도 가지말라고 말했더라면,
내게 그 주먹만큼의 용기가 있었더라면.
나는 이토록 오랜 세월이 흘러까지, 니가 아프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네 행방을 궁금해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도 모르잖아.
어떤 찰나 때문에 인생의 전부를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가 어떤 방법을 써도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