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도반의 시
당신은 대웅전 기둥에 서서 혼자 기도를 하던 사람이었다. 뭘 빌었냐고 물으면 ”뭔가를 빌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라는 말하고는 혼자 나직하게 웃었다. 작은 냄비에 라면 두 개를 억지로 끓이고 있을 때가 있다. 왜 그러냐 물으면 ‘연락’이라는 두 음절만 말했다. 돌이켜 보면 그게 전부인 순간들이었다. 덩굴에 쌓인 기억 속 상자에 넣어둔 메모 그런 기억들은 아프고 싶은 날 꺼낸다. 그 속에 있던 이름과 오후와 조용히 흔들리는 것들을 생각한다. 헐거워진 사이와 틈입하는 오래된 먼지는 이제 여백으로 남았다. 당신을 앓다가 상자가 되는 꿈을 꾸고 아파야 마음이 놓이는 이상한 병을 아직 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