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고의 여행광을 꼽는다면

파인더스가 고른, 영감을 주는 시선

by 파인더스 FINDERS

※[파인더스의 시선]에서는 매주 한 번 '수상한 여행가'를 꿈꾸는 이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수상한 시선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파인더스의 시선'이 선택한 수상한 시선은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와 도시를 아우르는 600종 이상의 타이틀을 출간하고, 1억 권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여행 가이드북의 전성기를 이끈 토니 휠러입니다.


08 - 1973.jpg 토니 휠러와 모린 부부가 그들이 만든 최초의 가이드북인 <Across Asia on the Cheap>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FINDERS


1972년, 영국의 토니 휠러(Tony Wheeler)와 모린(Maureen) 부부는 65파운드에 산 중고 미니밴을 끌고 세계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당시 토니는 공학을 전공한 MBA 출신으로 포드 자동차로부터 입사를 제안 받았지만, 안정된 삶 대신 모험이 가득한 아시아 대륙 횡단여행을 택했다고 해요.


6개월 뒤 지구를 반 바퀴 돌아 호주의 한 해변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손에 남은 것은 단돈 27센트와 카메라뿐. 여행을 사랑하고 여행의 가치를 물었던 이 히피 부부는 자신들의 여행 경험을 책으로 만들었고, 무일푼으로 시작한 그들의 사업은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 경이적인 성공을 이끌어냅니다.


이후 ‘여행자의 바이블’로 세계적 사랑을 받은 론리플래닛은 세 대륙에 걸쳐 500명의 직원과 350명의 저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여행 출판사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는데요. 600종이 넘는 가이드북을 출간했으며, 총 1억 권 이상 판매 그리고 400만 명의 독자를 거느리며 세계 최대의 여행 가이드북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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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과 함께한 토니 휠러의 모습 Ⓒ FINDERS

휠러 부부는 2008년 중대한 결정을 하는데요. BBC 월드와이드에 론리플래닛을 전격 매각하기로 한 것. 가이드북 중심의 론리플래닛 경영에서 물러나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개편을 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난 론리플래닛은 디지털 가이드북 발간, 매거진 창간, 웹사이트 리뉴얼, 모바이 어플리케이션을 오픈하면서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를 고려해 플랫폼을 확장시켰습니다.


또한 ‘론리플래닛 키즈’ 라인업을 신설해 여행을 매개로 유아층을 위한 교육 콘텐츠 제작 또한 시작했습니다. 여행 가이드북 중심의 출판사에서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실현한 여행 미디어로 성장하게 된 셈이에요. 브랜드 창업자인 토니 휠러는 론리플래닛 매거진에 고정 필자로서 론리플래닛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어갔습니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가 떠오르고 여행 미디어가 SNS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여행 가이드북 시장은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BBC 월드와이드는 2013년 미국의 NC2 미디어에 지분을 상당수 매각하기에 이르렀고요. 정체된 경영 실적을 개선하지 못한 채,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가 찾아오자 런던과 멜버른 지사의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같은 해 연말에는 온라인 기반 스타트업 레드 벤처스(Red Ventures)가 론리플래닛을 인수하면서 현재 재정비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에요.



론리플래닛 창업가

토니 휠러의 끝나지 않은 여행


이미 여행업계에서 은퇴한 지 수년이 흐른 토니 휠러와의 인터뷰는 불가능할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다만 파인더스 편집장님은 그가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근황과 여행에 관한 포스팅을 꾸준히 올리는 사실을 알고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요. 그렇게 불안과 설렘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토니 휠러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는데... 놀랍게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짧고 굵은 회신이 왔어요. “Sure.” 그렇게 론리플래닛 창업가이자 세계 최고의 여행광인 토니 휠러와의 인터뷰가 성사됐습니다. 몇 차례 주고 받은 메일로 완성된 그의 이야기를 살짝 공개합니다.


DSCN0590 - 2019 - Maureen _ Tony at Anna Creek Painted Hills, Australia.jpg 토니 휠러가 보내온 최근 사진. 70대에 접어든 여행광 노부부는 여전히 여행 기회를 엿보고 있다. Ⓒ FINDERS


코로나19로 국경이 가로막힌 시기, 어떠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현재 살고 있는 멜버른에서 총 네 번의 '락다운'을 경험했습니다. 때로 집 정문에서 5킬로미터밖에 이동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 시기에 저는 집 근처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을 보기 위해 5킬로미터 반경 내에서 수없이 자전거를 탔습니다. 얼마 후 이동 제한이 완화되었지만, 그 또한 멜버른 시내로 한정되었지요. 그 때는 멜버른을 관통하는 야라 강(Yarra River)을 탐험했어요. 얼마 후 빅토리아주의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해졌지만, 역시 다른 주로 여행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이후 호주 어디든 여행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처럼 팬데믹 시기에는 고정된 규칙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우리는 다시 멜버른의 집안에 갇혀 지내는 상황입니다. 봉쇄 기간 동안 저는 수년간의 사진 컬렉션을 분류하고 오래된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을 살펴보면서 그간의 여행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론리플래닛의 모토는 “세계 어디든 떠날 수 있다”에 가까웠습니다. 당신 역시 누구보다 많은 곳을 여행했지요. 그럼에도 가보지 못해 아쉬운 곳이 있나요?

전 세계 모든 곳을 여행해본 이들을 몇몇 알고 있지만 저는 '지구상 모든 나라'에 가려고 시도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방문하고 싶은 장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제법 긴 리스트를 보낼 수는 있겠지요. 물론 상당수는 제가 결코 가지 않을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는 이미 방문한 곳조차도 더 많은 탐험이 기다리지요. 가령 저는 타히티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동쪽에 있는 마르케사 제도(Marquesa Islands)에 가본 적은 없습니다. 초기 폴리네시아 역사를 가진 흥미로운 섬인데도 말이죠. 프랑스 예술가가 고갱(Gauguin)과 벨기에 가수 자크 브렐(Jacques Brel)이 사망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기도 했군요.


론리플래닛은 창립했을 때부터 책임 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을 강조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한 당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해주세요.

쉬운 방법을 찾자면 여행을 떠나지 말라고 권할 수 있겠습니다. 인류는 여행을 통해 필연적으로 환경에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저는 우리가 여행을 통해 행하는 선한 영향력이 지역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여행으로 인해 생기는 피해를 줄이도록 모두가 각별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더 플래닛 휠러 재단(The Planet Wheeler Foundation)을 통해 자선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계십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는 여전히 글로벌 헤리티지 펀드와 개발 도상국의 고고학 유적지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콜롬비아에 있는 '잃어버린 도시' 시우다드 페르디다(Ciudad Perdida)에 다녀왔지요. 그들은 지금 라 린도사(La Lindosa)의 고대 암벽화 사이트인 콜롬비아의 또 다른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또한 저는 히말라야, 특히 네팔과 인도에서 교육과 건강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호주 히말라야 재단 이사회(Australian Himalayan Foundation)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파인더스의 시선이 머문 한 마디

저는 안도하는 여행자입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장소를 알려준 사람 정도로 기억된다면 좋겠네요. 저는 언제나 론리플래닛 독자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전 거기에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요.



※ 본 콘텐츠는 'FINDERS 파인더스 Issue01. 수상한 여행가'의 수록 콘텐츠 일부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 파인더스 Issue01. 수상한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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