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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더스 FINDERS Oct 28. 2021

90분의 랜선 파리 여행

에디터의 랜선 투어 체험기

방구석 파리 도보 여행
Ⓒ JUNG HEE TAE

첫번째 랜선 투어 장소로 파리를 선택했습니다. 여러 말할 필요없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잖아요. 당장 떠나지 못하지만 가고 싶은 장소를 여행 가이드와 함께 걸어볼 수 있다니 상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정희태 가이드의 파리 워킹투어’를 떠나는 당일, 여행 매니저로부터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링크와 참여 방법이 문자로 전송됩니다. 와이파이를 접속할 수 있는 장소와 유튜브 로그인만 하면 되어서 준비 단계도 굉장히 간단해요.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집 안 거실 소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국 시간 저녁 9시, 파리 현지 시간 오후 2시에 맞춰서요. 한 손에는 맥주캔을 들고 소파에 앉아 투어 링크에 접속하면 준비 완료.


“안녕하세요.” 마스크를 쓴 정희태 가이드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촬영지인 생 에티엔 뒤 몽 교회(Church of Saint Etienne) 앞에서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골목 한쪽의 레코드 숍 앞에서 영화에 삽입된 OST를 선곡하면서 투어 루트 지도를 화면에 띄워 안내해주고요. 팡테옹(Pantheon)과 소르본 대학(Sorbonne Université), 중세 박물관(Musee du Moyen-Age), 라틴 지구를 거쳐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생루이 섬(Ile Saint-Louis)에서 마무리하는 90분의 파리 도보 여행이 시작됐어요.


짧았던 90분

파리 16구 풍경 Ⓒ JUNG HEE TAE

가이드가 짐벌을 손에 쥐고 파리 골목 곳곳을 보여주는데, 청명한 하늘 아래 노천 테라스 자리마다 마스크를 벗고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파리지앵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불과 2주 전까지 파리의 모든 레스토랑은 영업을 하지 못했어요. 현재는 테라스에서만 취식을 허용하고 있죠.” 투어 도중 정희태 가이드는 현재 파리에 관한 짤막한 일상부터 주요 명소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팡테온 앞에선 성녀 쥬느비에브를 비롯한 프랑스를 빛낸 위인들의 납골당 이야기부터 소르본 대학 앞 몽테뉴 동상의 발이 반질반질 벗겨진 이유까지. 실제로 지나쳤으면 몰랐을 소소한 배경 지식이 귀에 쏙쏙 들어와요. 도중에 퀴즈를 내거나 투어 참가자의 즉흥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것은 기본, 배경에 어울리는 음악 선곡 또한 잊지 않고요. 좁은 골목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라틴 지구를 지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 앞에 도착하자 지난 파리 여행의 기억이 또렷하게 되살아나더라고요.


마침내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이르렀습니다. 2019년 화재로 망루를 잃은 성당의 처연한 모습이 시야를 채웠어요. 정희태 가이드는 화재 당시 파리 시민이 애도하며 노래를 합창하는 장면을 화면으로 보여주었고요.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 파리 사람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장소입니다. 850년이라는 시간 동안 파리 사람들의 안녕과 기도를 들어주었던 곳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숭례문 화재 때 느낀 감정을 그들도 느꼈던 것 같아요." 파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생루이 섬을 느릿느릿 산책하고, 넷플릭스 <에밀리 인 파리>에 등장한 노천카페에서 Q&A 시간을 갖으며 파리 워킹 투어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시 떠나고 싶은 랜선 투어

일방적으로 화면을 들여다보는 브이로그나 여행 프로그램을 감상했을 때와 조금 생경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펙터클한 드론 촬영이나 빼어난 퀄리티의 영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실제 여행자의 시점으로 가이드가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화면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진행 방식이 현장감을 극대화시킨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안에서 안락하게 경험하는 코로나 시대의 랜선투어. 실제 파리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이에게는 잠시 추억을 환기하는 순간을, 아직 가본 적 없는 이에게는 파리 여행을 위한 참고 루트로 유용한 체험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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