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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더스 FINDERS Aug 25. 2021

하루키는 하루키, 최민석은 최민석

파인더스 1호에서 (사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페이지를 꼽자면요

수상한 여행가들

'수상한 여행가'를 토픽으로 한 파인더스 1호에는 10인의 수상한 여행가들이 남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가 진정 여행을 떠나는 이유와 여행을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한 발 더 다가서길 바라는 마음으로 파인더스 1호를 만들었다.


수상한 여행가로 선정한 10인의 인물은 그야말로 파인더스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여행지에서 사탕 껍질 같은 수집품을 주워오는 일러스트레이터, 서촌에서만 영화를 찍는 영화감독, 지구 최고의 여행광인 론리플래닛 창업자, 근대에 선구적인 여행을 한 영국의 지리학자와 한국의 화가, 클린 하이킹을 선도하는 녹색활동가 등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소 엉뚱하고 낯선 시도를 거듭한 여행가들은 어딘가 수상해보인다. 이들은 우리를 더 먼 곳으로 인도하고, 익숙한 곳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여행 에세이스트 무라카미 하루키

10인을 선정할 때부터 마음을 빼앗은 인물은 부지런한 여행 에세이스트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웬만한 여행작가보다 많은 여행 에세이를 집필하고, 해외 거주 경력이 10년 이상인 그는 여행 기내지 <아고라> 고정 필자, 무라카미 라디오 비정기 DJ로도 활동 중이다. 소설가로서의 업적은 말할 것도 없고 여행 에세이스트로서의 하루키도 부캐라고만 말하기에는 아쉽다. 부캐가 본캐만큼이나 성공적이니까. 부캐를 대하는 하루키의 태도 역시 프로니까. 


하루키스트(하루키의 팬을 지칭)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하루키 소설은 다 읽은 독자로서, 하루키 기사를 대하는 태도는 이미 팬심으로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객관성을 이미 잃었지만) 1호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기사 중 하나는 단연 하루키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가 최민석의 칼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달리기를 좋아하고, 꾸준히 글을 쓰며, 때때로 라디오를 진행하는 다재다능한 소설가인 최민석은 <베를린 일기> <40일간의 남미 일주> 등 여행과 일상을 재치 있게 버무린 에세이도 꾸준히 내고 있다. 그의 칼럼을 읽으면서 역시 작가는 작가다, 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재미있잖아.)   



소설가 최민석의 칼럼

매거진 1호에 실린 그의 칼럼을 살짝 공개하자면, 


세상에 불행한 작가는 많다. 정확히 말해, 1949년 1월 12일 후에 태어난 작가들이다. 나도 속한다. 이유는 좀 우회해서 풀어보겠다(이미 불행하니까, 글에 멋을 부려 위안이라도 삼아보자). 러시아에는 유명한 농담이 있다. 자기 나라의 모든 고양이가 본 대통령이 푸틴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집권 기간이 고양이의 평균 기대수명보다 길었기 때문이다. 아까의 말로 돌아가 보자. 그럼, 대체 1949년 1월 12일은 무슨 날인가. 바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생일이다.

(중략) 그나저나, 한가지 위안 삼을 사실은, 내가 불행한 작가이긴 해도, 한 편으로는 행운의 작가라는 사실이다. 1977년 1월 2일 이후에 태어난 A형 염소자리의 또 다른 작가는 ‘저 시답지 않는 최민석보다 늦게 태어난 바람에 쓰지 못하는 게 있다니까!’ 할지 모르니…. 그래서 억울하면 일찍 태어나야 한다. 나이 먹어서 좋은 것 중에 하나다. 


<하루키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칼럼은 '제2의 하루키를 꿈꾸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어느 소설가의 뼈 있는 조언'이라는 설명처럼,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위로가 되는 위트 있는 말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나이 먹어서 좋은 것 중 하나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써야겠다.)


© FINDERS

최민석 작가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그가 읽은 책과 먹은 음식, 일상을 대하는 재치 넘치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파인더스 인스타그램도 놀러오세요.



※ 본 콘텐츠는 'FINDERS 파인더스 Issue01. 수상한 여행가'의 수록 콘텐츠 일부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 파인더스 Issue01. 수상한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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