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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더스 FINDERS Dec 20. 2021

편지의 수상한 징후들

<FINDERS> Isseue 02 - 레터 보내는 사람들

레터 보내는 사람들

파인더스 매거진은 뉴노멀 시대의 지역과 삶의 양식, 여가에 관한 현재와 근미래의 트렌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사람들에 주목합니다. 파인더스 매거진 2호에서는 탐정의 관점과 시선으로 편지의 수상한 징후들을 포착했습니다. 편지를 매개로 독자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들, 기존과 다른 방식의 콘텐츠로 구독자를 사로잡은 뉴스레터 창작자인 레터 보내는 사람들에 주목했죠. 가장 본질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이기도 한 편지는 현재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파인더스가 찾은 편지의 매력과 그 너머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단서를 찾아보길 바랍니다.


ⓒ FINDERS


Editor's Letter


문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들이 숙명적으로 존재합니다. 축음기, 플로피 디스크, MP3, 삐삐 등 등장할 때만 해도 모두가 혁신이라 부르짖던 물건들은 더 강력한 기능을 장착한 신제품에 밀려 시대에서 퇴장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지요. 라디오나 잡지처럼 영화롭던 호시절을 뒤로 한 채 생존의 기로를 모색하는 것들도 존재합니다. 굳이 잡지를 거론해야 하는 게 좀 서글프지만 냉혹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그렇지요.


사실 편지도 그런 잊힌 존재인 줄 알았습니다.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거나 우편함에서 순수한 편지를 꺼내 본 기억이 도대체 언제 적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물론 누군가와 축하를 나누거나 작별을 고할 때 편지를 끄적였던 잔상이 떠오르긴 합니다. 문자 메시지와 SNS가 일상을 잠식한 이 시대. 편지를 쓰는 행위는 어떤 낭만에 기댄 애호가의 고상한 취미 정도로 남았다고 치부했지요. 그런데 몇몇 수상한 징후가 보였습니다. 

    

파인더스 사무실 근처에 오로지 편지를 테마로 한 상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호기심이 동해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구식 건물 4층에 자리한 그곳을 찾았습니다. 골목에 인적이 드문 평일 오후였죠. 5평 남짓한 상점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붐볐습니다. 각양각색 디자인의 편지지 세트와 연필, 우표 스티커를 고르고, 편지 관련 서적을 뒤적이는 이들은 놀랍게도 몹시 앳되보이는 그러니까 MZ세대였어요. 더 놀라운 점은 그들 중 일부가 그곳에서 익명의 상대와 편지를 주고받는 펜팔에 기꺼이 참여한다는 사실이었죠.


편지의 매력을 은밀하게 즐기는 이들의 징후는 서점에서도 보였습니다. 에세이 코너에는 편지 형식의 서간문을 앞세운 에세이가 매대의 지분을 꽤 차지하고 있더군요. 여행지에서 자신이 애정하는 이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에세이부터 세대를 초월하는 두 작가의 재기발랄한 교환 서간문, 각 분야의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보낸 편지 모음집까지. 편지의 형식을 빌려 저마다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건네는 서간문 형식의 에세이는 지금 출판계에 꽤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듯합니다.


이메일을 기반으로 탄생한 뉴스레터가 근래 부각되고 있는 사실 또한 흥미롭습니다. 이제 메일함을 열면 스팸 메일 대신 시사 경제 뉴스나 사사로운 취향을 이야기하는 뉴스레터가 주기적으로 찾아오지요. 편지의 속성에 가깝도록 친밀하고 진정성을 다한 뉴스레터는 MZ세대로부터 놀라운 호응을 이끌며 구독자를 늘리는 중입니다.  이는 가장 고전적인 편지 문화가 현시대의 뉴스레터에 가닿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파인더스가 ‘레터 보내는 사람들’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이들 징후에서 비롯됐습니다. 편지를 매개로 독자적인 성취를 쌓은 사람들과 색다른 콘텐츠로 구독자를 사로잡은 뉴스레터 창작자로부터 끄집어낸 편지의 매력과 그 너머의 이야기. 발신자와 수신자가 주고받는 가장 본질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이기도 한 편지가 현재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파인더스에서 그 단서를 찾아보길 바랍니다.  


- 파인더스 편집장 고현



※ 본 콘텐츠는 'FINDERS 파인더스 Issue02. 레터 보내는 사람들'의 수록 콘텐츠 일부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 파인더스 Issue02. 레터 보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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