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자로보는세상63]

선(線)

by 백승호

선(線)


선을 찾으면 ‘금’과 ‘줄’이 나옵니다.

이란 점들이 이어져 가늘게 나타난 자국을 말합니다.

금을 긋다, 금이 가다, 금이 나다 등에 쓰는 말입니다.

금은 반반한 바닥, 바위, 종이 등 평면에 난 자국입니다.

금을 잘 이어서 그리면 ‘그림’이 되고

금을 잘 써서 뜻을 담으면 ‘글’이 됩니다.


은 평면이 아니라 입체로 이루어진 기다란 물건입니다.

줄은 손으로 잡을 수도 있고, 공중에 걸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새끼줄, 동아줄, 거미줄, 줄넘기 등에 쓰이는 것이 줄입니다.


을 굵고 튼튼하게 만든 것을 ‘바’라고 합니다. 샅바, 밧줄 등에 씁니다.

줄을 가늘게 꼬아서 물건을 묶을 때 쓰는 것은 ‘끈’이라고 합니다.

줄이 아주 작은 것을 ‘올’이라고 합니다. 베를 짤 때, 날줄과 씨줄의 줄은 ‘올’을 말합니다.

줄이 넓적한 것은 ‘띠’라고 합니다. 머리띠, 허리띠, 아기를 업는 것도 띠라고 합니다.


금이라는 말이 평면에 쓰이고 줄이라는 말이 입체에 쓰여

그 쓰임새의 넓이로 보면 줄을 많이 씁니다.

그래서 한자 선(線)을 보면 ‘금’과 ‘줄’이라는 뜻이 함께 쓰입니다.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선은 어느 ‘수준이나 정도’라는 뜻입니다.

일정 수준의 금을 넘거나 줄을 넘을 때 선이라는 말로 두루 쓰입니다.

명절이라 사람들과 만남이 많을 때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할 때 선을 넘지 말아야 합니다.

지나친 관심, 지나친 충고는 선을 넘는 것입니다.

취직, 연애, 결혼, 아이, 아이 성적, 월급 등은 곤란한 말은

서로 말하지 않아야 ‘선’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선은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쓰입니다.

우리 문화는 부드러운 선의 문화라고 합니다.

논길의 부드러운 선

버선의 아름다운 선

부드러운 직선 추녀와 지붕의 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부드러운 선

소쇄원의 처마 끝과 이어지는 달이 지나가는 선

부드러운 직선의 아름다움입니다.



부드러운 직선 도종환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히 추켜세운 추녀를 보라 한다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 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 채가

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것을 본다

휘어지지 않는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 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걸 본다

사철 푸른 홍송 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

담백하게 뒷산 품에 들어 있는 절집이

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

한 생애를 곧게 산 나무의 직선이 모여

가장 부드러운 자태로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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