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타인을 존중하는 상대주의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세상과 불화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살아가려면 먼저 나 자신을 좋아하고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야 합니다. 남과 원만하고 편안한 관계를 유지를 하려면 상대주의 관점으로 남을 대해야 합니다. 나와 다른 남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상대주의입니다.
이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남이 존재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남이 존재할 뿐입니다. 세상에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을 모두 다 이해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여러 사람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려면 상대방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살아가야 행복합니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입니다. 그래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관계가 평온해야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평온한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작용하려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서로 갈등을 겪습니다. 우리 사회는 많은 갈등을 겪었고 지금도 여러 갈등이 많아 서로에게 상처를 줍니다.
광복 이후 이념적 갈등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갈등, 남녀 가치관의 갈등, 세대 간 갈등 등 여러 갈등 때문에 삶은 더욱 힘들고 진영 간 다툼으로 심리적 고통을 서로 주고받습니다. 우리 삶에서 갈등이 생기는 까닭은 자신만이 옳다고 고집하고 자기 입장과 주장만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절대주의 관점을 가지면 상대방을 싫어하고 미워합니다.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며 나와 다르다고 비난하고 나와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끼리 패거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서로에 대한 비난은 혐오와 차별을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상대주의 철학이 필요합니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 갈등은 잘 생기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갈등을 없애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장자』의 「지락至樂」에는 노나라 임금이 바닷새를 기르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임금은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 아름다운 궁중 음악을 연주해 주고, 소와 돼지와 양을 잡아 대접했습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 해하고 슬퍼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 잔 마시지 못한 채 사흘 만에 죽고 말았습니다. 노나라 임금은 사람을 위하는 방법으로 새를 위한 것이지 새의 입장에서 새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장자의 상대주의 가치관은 우리에게 나만의 잣대로 세상을 보지 말라고 말합니다.
『금강경』 제5여리실견분에도 모든 형상의 허망함을 깨치고 집착을 뛰어넘어야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모든 형상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모든 형상을 본래 형상이 아닌 것을 알면 곧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절대적 기준으로 자신의 잣대를 만들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신념이 아니라 아집입니다. 물론 옳고 그름이 없으면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느냐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윤리적 회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극단적 상대주의를 인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것, 남의 것을 훔치는 것, 남을 괴롭히는 것, 서로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것 등은 상대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인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극단적 상대주의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상대주의 관점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갈등을 없애는 방법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많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절대적 기준과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대성원리는 중요한 철학입니다.
사람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다른 환경과 상황에서 자랍니다. 엄마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각각 다른 영향을 받고 자랍니다. 그리고 태어나는 순간 더 큰 차이를 경험합니다. 어떤 아이는 봄이나 여름에 태어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가을이나 겨울에 태어나기도 합니다. 동양의 오행과 명리, 서양의 별자리 등은 태어난 시기의 사람 명운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각각 사람의 운명은 다르듯 자라는 동안 성격이나 가치관이 대부분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더불어 살아갈 때 사람의 관계가 좋아 행복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심해지고 싸움이 많아 불행해집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갈등이 적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말은 다름을 인정하고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오직 나라는 주체적 인식을 하고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천상천하'에 있는 모든 개개인의 존재는 생명이 존엄하고 존귀하다는 것입니다.
전쟁과 기아가 없는 나라에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평화와 풍요로운 나라에 태어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조상의 덕으로 물질적으로 여유 있는 집안에 태어난 사람도 있고, 자신의 노력으로 이재에 밝아 잘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카드빚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날마다 살얼음 위를 걷듯 위태로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 여건이 좋아서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고, 집안의 여러 사정이 여의치 못해 공부를 못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부모님의 유전자를 잘 받아 머리가 좋고 집중력이 좋아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서로 어울려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처럼 서로를 인정한다는 것은 각자의 경험에 따르는 느낌, 생각, 뜻을 존중해 준다는 것입니다. 경험은 상대적이라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의 경험과 가치관으로 차이를 차별하고 어느 것이 낫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이 서로 부딪치면 갈등이 일어납니다. 갈등은 개인에게도 괴로움을 주고 동아리 전체에도 괴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갈등을 풀어야 마음이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갈등을 맺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갈등이 생기지 않으려면 나만의 가치관과 생각을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어야 갈등이 줄어들고 행복한 사회가 됩니다.
상대주의 철학을 가지면 비교를 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비교하면 천사도 불행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불행의 시작이 비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말입니다. 비교는 우열을 따지고 평가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평가는 다시 경쟁을 하게 하고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행복하지만 열위에 있는 것은 불행합니다. 비교하여 열등하다는 의식을 갖는 것은 자신을 불행하게 합니다. 이렇게 비교를 많이 하는 이유는 경쟁에서 이겨야 잘 산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경쟁이 개인의 성장과 역사발전에 이바지한 것이 많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인하여 개인이나 사회에 해를 준 것도 많습니다. 경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경쟁이란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것으로 여깁니다. 제한된 삶의 조건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과 정에서 창의력이 나온다고 여깁니다. 그러므로 자유로운 경쟁이란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며 원동력이라고 여깁니다. 따라서 경쟁을 통하여 눈부신 기술 진보를 이루었고 생산성을 향상해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하였고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해 왔다고 주장하며 경쟁이 옳다고 여깁니다.
반면에 경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경쟁 심리를 인간이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봅니다. 경쟁의식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사회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으로 봅니다. 경쟁 사회에서 모든 동료는 잠재적인 경쟁상대로 여기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여 이해와 타협을 하고 공공선을 추구하며 연대의식을 형성해야 사회 발전이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쟁은 사회 진보와 발전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며 경쟁을 긍정합니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정체되고 도태되는 것으로 봅니다. 시장경제의 원리도 인간의 경쟁 심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자본주의를 옹호합니다. 이러한 원리를 교육과정에서도 적용합니다. 경쟁이 없으면 학업 능력이 향상되지 않고 하향 평준화를 조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기업 간의 발전도 경쟁이 있어야 하고 스포츠도 경쟁을 해야 발전한다면서 경쟁을 옹호합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더 많은 성과를 내고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많이 분배받아야 하는 것은 누구나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자유 경쟁 체제가 사회를 발전시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쟁으로 인한 폐해도 많습니다. 경쟁은 인간을 도구화하고 인간관계를 늘 긴장하게 하며 강자의 논리를 정당화합니다. 이렇게 하면 불평등을 정당하다고 여기고 양극화가 심해져 서로를 불신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교육현장에서는 상대평가로 경쟁교육을 강화하여 협력 교육을 약하게 했고 공동체의 연대 의식을 줄어들게 했습니다. 상대평가는 나의 실력보다 타인의 실수에 신경 쓰도록 했습니다. 나의 노력보다 타인의 불행을 바라도록 하는 상대평가는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합니다. 대학은 서열을 매겨 입시 중심 교육을 하게 하고 깊은 생각과 창의적인 생각보다는 주입식 교육을 중시하고 학벌 중심사회가 되었습니다. 경쟁을 중시하는 교육은 창의적이고 존엄한 인간을 교육하는 것과 멀어지게 했습니다.
입시를 폐지하고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입지를 폐지할 수 없고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경쟁의 폐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쟁의 기회 및 조건을 평등하게 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그러한 제도적 보완장치 없이 자율적 경쟁을 조장하거나 유도한다면 경쟁에서 패한 많은 사람들은 우울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고 소수의 승자 중심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경쟁을 하면서도 사회 전체의 공적 차원에서는 협력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경쟁의 원래 어원처럼 '함께 추구한다'는 의식을 가질 때 상대방을 더욱 존중하고 함께 잘 살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을 비교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배울 대상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논어에 삼인행이면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배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살아가면 좋습니다. 괜히 열등의식을 가지고 우열을 비교하는 것은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비교는 상대적이라 지금 우위에 있다고 늘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불안해하면서 끊임없이 긴장하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되면 본질에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신경을 씁니다. 다른 사람과 협력하기보다는 경쟁을 많이 하고 사람들과 관계는 나빠지고 불편한 관계가 되면 행복하지 않습니다.
비교의 본래의 의미는 공통점을 찾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 함께 좋은 결과를 나누는 것입니다. 상대적 관점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찾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차이점과 비교열위만 찾는다면 비본질인 것에 집중할 것이고 의미 없는 시간이 연속될 것입니다. 차이점을 드러내어 차별하는 것은 비교의 본질도 아닙니다. 비교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 함께 잘 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남녀의 차별, 세대 간 차별,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 직업적 차별 등등 많은 차별로 사람들은 상처를 받습니다. 약자를 모멸하고 멸시하며 갑질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 모두 불행합니다.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키고 차별하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소나무와 대나무 중 어느 것이 나은가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일 수 있습니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좋은 점이 있고 대나무는 대나무대로 좋은 점이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조건에서 누가 더 나은가 비교하는 것도 부질없습니다. 저마다의 장점을 제대로 잘 살려주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이고 보람입니다.
군자 성인지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자는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장점을 이루어 준다는 뜻입니다. 곽탁타라는 사람은 나무를 잘 길렀습니다. 저마다 땅의 장점과 나무의 장점을 잘 맞추어 나무가 가장 잘 자라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주의와 같습니다. 성격과 취향, 신념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 모여서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는 마치 물과 같습니다. 산소와 수소가 잘 결합하여 물이 되어 살아가듯 민주주의도 상대를 서로 인정하여 함께 어울려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