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윤리 10]

2-1 행복한 관계의 시작은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기

by 백승호

제2부 듣기란 무엇인가

1. 행복한 관계의 시작은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기


말을 잘하려면 듣기를 잘해야 합니다. 사람의 언어능력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순서로 발달합니다. 듣기 능력이 발달해야 그다음 단계인 말하기와 읽기, 쓰기를 잘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방법은 많이 이야기 하지만 듣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드뭅니다. 마음의 소리를 잘 듣고 맥락을 헤아려 들어야 행복한 관계가 시작됩니다.

귀는 열려 있어서 그냥 들리니까 들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듣는 방법을 모르면 말하는 방법도 제대로 배우기 어렵습니다. 잘 들을 줄 알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 때문에 말을 잘할 수 있습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맞장구도 쳐주고 질문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들어야 합니다. 잘 듣는 사람은 공감하고 무릎을 치면서 감탄하기도 합니다. 듣기를 잘하면 상대방의 말을 잘 들을 수 있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잘 이끌어내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요?” “그랬군요” “어떻게 해요?” “대단하군요” “그래서요” 하면서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듣기의 본질입니다.

우리 삶은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의 코는 숨쉬기 위해 열려 있고 우리의 귀도 듣기 위해 항상 열려 있습니다. 김수업 선생은 배달말 가르치기에서 듣기 과정을 세 단계를 나누어 설명합니다. 귀로 듣는 과정은 메아리 기억창고에서 뜻 덩어리를 가려내고 짧은 기억창고에서 정보 덩이를 가다듬고 간추립니다. 그다음에는 긴 기억창고로 갈무리하여 정보를 저장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듣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경험하고 배우면서 온전해집니다. 온전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귀입니다. 귀로 듣고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 것이 많습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만 경험과 배움은 대부분 귀로 듣고 채워갑니다.

듣는 것은 귀로 듣지만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헤아려 귀담아 들어야 제대로 들립니다. 새겨들어야 할 말과 흘려들어야 할 말, 귀담아 들어야 할 말과 그냥 들어야 할 말을 순간적으로 판단하여 잘 들어야 좋은 경험과 배움이 쌓입니다. 좋은 경험과 배움이 쌓여야 좋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하는 것은 잘 듣는 것입니다. 귀를 기울여 잘 듣는 것을 경청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잘 듣지 않고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오해를 하거나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성인(聖人) 성(聖) 자라는 글자는 듣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글자를 나누어 보면 귀 이(耳)와 입구(口), 그리고 짊어질 임(壬) 또는 임금 왕(王)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즉, 사람됨의 가장 으뜸은 남의 말을 잘 가려서 듣는 것이고 그다음 적절한 말을 하면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들을 청(聽)이라는 글자도 귀 이(耳)와 임금 왕(王), 그리고 덕 덕(㥁) 자를 쓰고 있습니다.

남의 말을 하기가 무섭게 자기 말을 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다음에 또 만나고 싶어 지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집니다. 말을 잘 듣기만 해도 사람 관계가 좋아지고 어떤 일을 해도 실수나 실패하지 않습니다. 말을 잘 듣는 사람은 상대방 마음의 소리까지 듣는 사람입니다.

부모가 자식의 말을 잘 들어주면 자식과 소통이 잘 되고 화목한 가정이 됩니다. 자녀가 가장 편안하게 어떤 비밀이든 저절로 말할 때 부모는 공감하며 잘 들어주면 됩니다. 자식의 말을 3번 들어주고 한 번 말하면 정말 친한 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부자유친의 핵심은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교사가 학생의 말을 잘 듣고 학생이 교사의 말을 잘 들으면 학교생활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행복할 것입니다. 학생은 일방적으로 늘 교사의 말을 듣습니다. 교사가 95% 말하면 학생은 불과 5% 정도 이야기할 것입니다. 학생들은 하루 종일 몇 마디 하지 않고 계속 듣기만 합니다. 교사가 상담을 할 때 학생이 말하는 그 짧은 시간을 귀 기울여 주면 학생들은 정말로 교사를 신뢰할 것입니다. 학생이 어쩌다 말하는 그 순간에도 교사는 끼어들어 피드백을 하려고 합니다. 피드백이 지적질이 되지 않으려면 학생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주기 바랍니다. 그러면 교사의 수업을 더 열심히 들을 것이고 수업시간에 교사의 자신감과 존재감은 더 오를 것이고 행복할 것입니다.

직장에서 상사는 늘 지시하고 훈계하려고 합니다. 가끔 신입사원이나 부하직원이 말하면 귀담아 잘 듣고 고민을 헤아리고 동조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신입사원이나 부하직원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면 정말 좋아할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지적하거나 지시하지 말고 조언을 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피드백을 하려면 상대방의 고민이 무엇인지 잘 듣고 문제 해결을 해 주어야 합니다. 부하직원은 진심을 상사를 따를 것입니다.

의사도 환자의 이야기를 30초만 더 들어주면 환자는 빨리 회복될 것입니다. 환자의 마음은 늘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자신의 건강이 더 악화되지 않을지 염려하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몰라서 걱정합니다. 환자의 말에 몇 초만 더 귀 기울여 주고 정확한 치료 방법을 이야기하면 환자는 위로받은 기분이 들고 희망을 갖고 더 빨리 회복될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은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이 경청입니다. 경청만 잘해도 사람들의 관계는 더 편안하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말의 본질은 신뢰입니다. 신뢰는 말 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생기고, 듣는 사람이 잘 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나의 단점이나 약점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심이 생겨야 신뢰가 쌓입니다. 서로 믿고 잘 들어줄 수 있는 관계가 될 때 진정으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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