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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윤리 19]

3-1-(3) 전자말

by 백승호

(3) 전자말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컴퓨터 혁명이 가져올 사회 변화를 말할 때만 해도 그것이 현실이 될까 생각했는데 이미 정보화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컴퓨터 혁명은 미디어 혁명과 정보화 혁명을 가져오고 국민국가가 약해지고 사회윤리와 도덕의 변화를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개인용 컴퓨터를 선보인 1976년 이래 반도체 기술의 발달과 함께 컴퓨터 하드웨어 성능은 뛰어난 발전을 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하드웨어의 성능에 걸맞게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혁명인 윈도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러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혁명은 네트워크 혁명으로 이어져 월드와이드 웹(WWW) 시대가 되었고 테슬라의 기술혁명을 구현한 무선통신 5G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통합한 디지털 혁명의 새로운 시작을 알립니다. 사람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전화와 문자, 전자우편, 메신저, 사회 소통망(SNS)이 하나로 통합된 소셜웹 시대가 되어 입말과 글말의 시대를 넘어 전자말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더군다나 4차 산업 혁명은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양자컴퓨터 등의 기술이 융합되어 초연결사회, 초지능 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이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을 꿈꾸었던 튜링도 인간을 대체하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단순한 인공지능의 시대를 넘어 초거대 인공지능의 시대가 되면서 유발 하라리나 케시 오닐이 염려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열어가야 할 새로운 전자말 시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합니다.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은 전자말의 시대를 열었다면 스마트폰은 사회관계 소통망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하면서 전자말 시대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입말과 글말을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주고받아 우리 삶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전자말 시대는 우리 삶에 편리와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지만 또 다른 위기를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전자말 시대도 우리에게 빛과 그림자를 함께 주고 있습니다.

전자말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쌍방향입니다. 정보를 누구나 생산할 수 있고 나눌 수 있습니다.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전자말 시대에는 다양성이 확대되었고 수직적 사회에서 수평적 사회가 되었습니다. 전자말은 영상과 입말, 글말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만들어 상대방에게 전달합니다. 입말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었고, 글말은 종이에 글을 써서 인쇄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러한 것도 뛰어넘었습니다. 전자말은 그림과 영상의 모습으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 있으며 그것에 대하여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 견해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전자말을 주고받은 누리망이 5세대(5G)가 일상화되었고 윈도나 애플의 운용 기구 플랫폼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튜브를 비롯하여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트 등 사회관계망은 더욱 활기를 띠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자말 매체의 발달은 인류문화를 눈부시게 발전시킬 것입니다. 전자말 시대가 되면서 입말과 글말은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말은 빠르게 표기할 수 있는 글자를 가진 겨레가 문화의 꽃을 피우고 우리 삶을 더욱 발전시킬 것입니다. 우리 한글은 열일곱 자만 있으면 쓸 수 있는데 알파벳 26자보다 적어 사용하기 편합니다. 전자말 시대에 한글은 더욱 빛을 발하여 찬란한 문화를 만들 것입니다.

전자말은 많은 지식과 정보를 주었고 편리한 삶을 살아가게 하지만 문제점도 많습니다. 전자말은 플랫폼이라는 기술에 의존합니다. 플랫폼 기술을 가진 기업을 빅 테크(big tech) 기업이라고 합니다. 이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통신품위법 230조라는 것의 보호를 받고 성장을 했습니다. 통신품위법은 1996년 인터넷 태동이 시작하는 시기에 제정된 법입니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선한 의도를 갖고 콘텐츠 중재 작업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발행자'에 준하는 의무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이러한 규정 덕분에 초기 인터넷 사업자들은 사업을 확장,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위정보나 혐오 콘텐츠를 그대로 방치하여 사회적으로 문제를 낳기도 하자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통신품위법 230조를 폐지하거나 고쳐서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책임 부과해야 한다고 합니다. 전자말을 전달하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를 ‘발행자’가 아니라 중개사업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 덕분에 플랫폼 사업자는 다른 사람이 올린 글과 영상 등 콘텐츠에 대하여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악성 알고리즘 방지법’을 만들어 통신품위법 230조 면책 대상 중 알고리즘을 제외하려고 합니다. 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정신적, 물리적 해를 끼치기도 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입니다. 악성 알고리즘 방지법이 없으면 가짜 정보나 해로운 정보를 돈벌이 목적으로 마구 흘려보내 사람들을 병들게 할 것입니다. 가짜 정보는 알고리즘을 거쳐 선별적으로 전달됩니다. 이때 알고리즘은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이용자가 좋아하고 자주 보는 것 위주로 보여주는데, 이렇게 제공하는 정보는 개인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여 사실과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합니다. 즉, 맞춤형 알고리즘은 필터 버블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맞춤형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해 이용자는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 현상과 맞물려 잘못된 사실도 진실처럼 보일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을 갖게 되고 가짜 뉴스를 진짜로 판단하여 판단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는 여론을 조작하기도 하고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합니다.

시사인 초거대 인공지능.jpg ⓒ시사IN 이정현

가짜 뉴스로 이한 개인적 피해나 사회적 피해는 아주 심각합니다. 전자말에는 가짜정보가 넘쳐납니다. 가짜 정보는 사람들을 유혹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조회를 많이 하게 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기존의 언론이 가짜 정보를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오히려 확대 재생산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가짜 정보가 사회관계망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믿습니다. 언론은 사람들의 생각을 일정한 방향으로 하게 하려고 틀을 짜서 유도합니다. 이렇게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치우친 생각을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를 제대로 가려 보는 눈이 없으면 잘못된 생각을 하고 맙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자말 문해력(미디어 리터러시)이 필요합니다. 전자말 문해력으로 참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사회 제도적으로 가짜 뉴스를 막을 법률이 필요합니다. 최근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는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물린다는 것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은 언론, 포털, IPTV를 대상으로 하고 유튜브나 1인 미디어는 제외합니다. 1인 미디어의 폐해도 심각하기 때문에 비판해서 가려 들어야 합니다.

전자말이 풍성하여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더 풍요롭고 가까이하리라는 기대와 바람과는 달리 사람 사이가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전자말 시대에 지식과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아 정서적 관계가 성글어지고 멀어졌습니다. 셰리 터클은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스마트폰이 가정, 학교, 기업에서 대화를 잃어버리게 한다고 경고하고 해결 방향을 제시합니다. 스마트 폰으로 때문에 전자말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대화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스마트 폰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을 줄어들게 하고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사라지게 하는 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스마트 폰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끊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이유와 방법을 외면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를 가로막고,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화를 막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도 스마트폰이 회의를 단절하게 하여 회의다운 회의를 불가능하게 합니다. 이 책에서는 고독과 자아성찰을 하여 가족, 우정, 로맨스 등을 회복하고 교육 및 일과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격한 변화’를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리에게 ‘서로’가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즉 스마트폰을 끊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공동체를 위해 서로 힘이 되어 연대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전자말의 장점을 살려 서로 연대하여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대의식은 서로를 보호하는 책임의식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는 것은 공동체를 지속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4차 산업도 인류가 지속 가능해야 의미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당면한 기후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전자말도 이러한 연대를 위해 사용할 대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의 가장 품위 있는 모습은 너와 나를 넘어 우리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고 책임지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진정한 지식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도 우리 후손에 대한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전자말의 시대가 될수록 공동체를 위한 연대의식과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책임의식을 지녀야 합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줄 거룩한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유를 누리되 책임을 질 수 있는 행동을 하고, 평등을 지향하되 개인의 자유도 중시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새로운 문명을 열어갈 전자말 시대가 되더라도 인간의 얼굴을 잃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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