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어른의 말 -(2) 어른다운 생각이란?
생각은 참과 거짓, 옳고 그름, 같고 다름, 알고 모르는 것을 가려내는 마음의 힘입니다. 우리 마음은 처음에 느낌으로 바깥의 현상을 받아들였다가 그다음에는 이를 간추리거나 헤아려 졸가리를 세우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기도 합니다. 생각은 이성이라고도 하는데, 생각은 사실을 이해하는 이해력, 미루어 짐작하는 추리력, 기존의 것을 넓고 깊게 생각하여 새롭게 만드는 창의력, 사물의 이치를 궁리하여 차례(먼저와 나중을 가리는 잣대)와 뜨레(값어치의 무게니 높낮이를 가늠하는 잣대)를 세우는 논리력, 예술적 감수성을 발휘하여 예술작품을 만드는 상상력 등 모든 것이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모든 지식과 문명은 생각의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생각을 통해서 더 잘 알고 우리 삶을 더 가멸차게 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생각을 깊고 넓게 하여 슬기와 설미를 가지고 올바른 역사인식과 시대정신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올바른 역사인식은 민중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겨레 전체의 삶을 풍요롭게 한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역사인식과 시대정신은 삶의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방향을 잘못 정하고 살아가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가도 후회합니다. 역사인식을 제대로 해야 자신뿐만 아니라 겨레 전체에 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세종대왕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백성을 사랑하여 한글을 만들고 백성을 위하는 정책을 펴고 삶에 쓸모 있는 여러 물건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순신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같은 역사의식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중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국민이 좋은 환경에 살 수 있도록 자연환경을 잘 지키고 사회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이 좋은 국가입니다.
우리 겨레는 일제강점기와 6.25, 그리고 군부독재와 광주 민주화 의거를 거치면서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제대로 반성을 하지 못했습니다. 광복 후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이승만은 부왜역적을 내세워 자기 권력의 기반으로 삼았고 박정희로 반공을 내세워 권력을 공고하게 했습니다. 전두환은 광주 시민을 학살했고 국가보안법을 강화하여 사상의 자유를 탄압한 반헌법적 인물입니다.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광복 지사들은 핍박을 받았고 부왜 역적 민족반역자 같은 기회주의자가 단죄받기는커녕 큰소리치면서 대접받고 살아가고 있으니 통탄할 일입니다.
우리가 과거사를 청산하자고 할 때, 하버마스의 말처럼 ‘나중에 태어난 사람의 특권’으로 비판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의 잘못을 모두의 잘못이라며 도덕적으로 규탄하거나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집단의 죄로 몰아가는 것은 올바른 청산이 아닙니다. 일제의 전쟁범죄 가담자, 광복 지사를 체포 고문한 민족반역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일제의 만행을 옹호한 지식인이나 식민지배를 정당하다고 가르친 교육자에게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2차 세계 대전 후 독일 정부와 국민은 나치 시대의 국가 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전쟁범죄를 부정하고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나치 독일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참회했던 독일의 양심 파수꾼 바이츠체커 대통령의 참회를 기억해야 합니다. 바이츠체커는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사람은 현재에 대해서도 장님이 된다.”라고 했습니다. 독일은 일본과 달리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반성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에게 제2, 제3의 가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의 입장에서 일본을 두둔하고 지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부왜역적의 후손이나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남아 토착왜구(土着倭寇)가 되었습니다. 토착 왜구들은 일본의 침략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일본인의 시각으로 일본 편에서 바라봅니다. 이러한 것을 두둔하는 언론과 토착왜구를 단죄하지 않으면 민족정기는 바로 서지 않고 기회주의자는 더더욱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어른 다운 생각을 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올바른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문제를 바라볼 때도 미국이나 이스라엘 입장에서 바라보기보다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우방이고 이스라엘도 미국의 입장과 같으니 미국과 이스라엘 입장과 시각으로 세계의 문제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전 세계에 내세웠던 명분은 ‘대량 살상 무기’였지만 증거는 찾을 수 없었고, 전쟁 발발 이후 이라크에서 28만 명 이상 목숨을 잃었습니다. 2008년 말에 이스라엘 군이 가지지구를 포위하고 무차별 폭격하여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무방비로 죽어갈 때 이스라엘 젊은 남녀들이 도시락과 망원경을 준비하여 전장 가까이에서 어처구니없게도 '브라보'를 외쳤다고 합니다.
2020년 1월 3일, 미국 트럼프는 무인 드론을 이용하여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에서 이란의 지도자 솔레이마니를 살해합니다. 미국은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공격했고, 2019년 K-1 공군기지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외교 서신을 전달하러 외교관의 신분으로 이라크에 온 것인데 미국이 이란 영토가 아닌 제3 국인 이라크에서 군사력을 동원하여 목숨을 빼앗은 것은 국제법상 해당국의 동의 없이 제3 국 영토에서 군사력을 사용 국제법 위반이며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자 일부 언론은 국익이 없으면 동맹도 버리고 떠나는 미국의 손절 외교라고 보도합니다. 미국은 2001년 군사적으로 점령했지만 정치적으로 통치하는데 실패하고 철수하는 것인데 손절 외교를 말하면서 한국도 미국과 동맹을 굳건하게 하지 않으면 아프가니스탄처럼 된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다른 사람의 인식으로 살아가는 부끄러운 것입니다.
나와 우리 스스로의 힘을 길러 우리나라를 지킬 생각을 해야지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군대를 만들어 놓고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국제관계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정의를 중시하면서도 자국의 이익도 고려합니다. 나의 눈으로 보고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을 지키는 것이 자율이고 주체입니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중국이 긴장하는 이유는 신장위구르 때문입니다.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과 아프간은 국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위구르 지역에 핵 격납고를 건설하고 있고 이슬람 세력에 의해 핵무기가 유출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큰 일이기 때문에 염려합니다.
팀 마샬이 지은 ‘지리의 힘’에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티베트와 신장위구르를 자국의 이익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티베트는 지정학적 안보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자연방벽 역할을 해주는 히말라야 산맥과 완충지역 역할을 해주는 티베트 지역이 중국 안보에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신장위구르도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이처럼 모든 나라는 이익을 꾀하여 자기 나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고 합니다.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주인으로 살아야 자주적인 사람이고 우리나라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하고 우리 국민을 우리가 지킬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자주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시대정신은 사회 문화적 흐름과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 시대의 과제에 대하여 올바른 방향을 잡아 나아가는 것입니다. 환경보전 문제, 평화통일문제, 소수자 보호와 차별 문제, 빈부격차 문제 등 시대의 과제에 대하여 바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려는 마음과 실천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코로나19의 재난과 그 이후의 자연환경보전은 더욱더 중요해졌습니다. 한반도 평화는 새로운 경제질서의 전제가 될 것입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붕괴 이후 새로운 경제질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내수 경제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소수자 보호와 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을 만들고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혐오와 차별을 없애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빈부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조세제도를 공정하게 제정해야 합니다.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공간이 되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바른 가치를 가지려면 열린 생각을 하여 마땅하고 떳떳하며 공명정대해야 합니다. 생각이 열려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비판과 충고를 잘 받아들이고 남 탓을 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닫힌 사람은 남 탓을 하고 자기 방어를 하느라 변명과 핑계를 대기도 합니다. 잘못을 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잘못을 감추거나 덮는 것이 잘못입니다. 사사로운 마음이 없이 공명정대하기 때문에 생각이 꼬이지 않고 바릅니다. 이렇게 생각을 열어두고 사는 사람은 자기반성을 철저하게 하여 두 번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리고 항상 생각이 깊고 넓어 신중하고 사사로움 없이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삶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이 강합니다. 자존감이 강하기 때문에 주체적이고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것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자기를 존중하는 사람은 자신이 중시 여기는 신념과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스스로 신념을 행동으로 표현하면서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하는 것을 중시한다.
올바른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타인을 존중하고 공동체를 위해 배려하고 살아가야 진정한 어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신념은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어 공동체를 위한 정의를 실천하려는 마음입니다. 가치관이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 관점을 말합니다. 가치란 쓸모를 말하는데, 쓸모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유익한 것이 좋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어른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늘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의 부족한 것을 인식하고 채워가며 성숙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남을 존중하고 너그럽고 어진 생각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어른 다운 생각은 주체의식과 역사인식,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가지고 판단하며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