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어른의 말-(1) 어른다운 삶이란?
밥을 먹으면 밥값을 해야 하고 나이를 먹으면 나잇값을 하고 살아야 합니다. 나이를 먹는 다고 다 어른이 아니고 나잇값을 해야 어른입니다. 나이가 적다고 어린이라 할 수 없고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어린이라고 어리석은 말만 하는 것은 아니고, 나이 들었다고 슬기로운 말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물리적 나이가 아니라 생각의 깊이와 밀도가 있어야 어른답습니다.
어른다운 어른은 어른다운 인성과 품격에서 나옵니다. 어른다운 말도 어른다운 품성에서 나옵니다. 어른은 어떤 상황이나 문제에 대하여 전문성과 식견, 안목과 예측력 등을 갖고 살아가면서 어린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전해주어야 합니다. 전문성이란 어떤 분야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상세하게 알고 세심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식견과 안목은 사물에 대한 관찰과 통찰력에서 나옵니다. 뛰어난 통찰력은 상황의 맥락을 꿰뚫어 볼 수 있어 예측력도 뛰어납니다. 어른다운 어른은 늘 이러한 역량과 품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합니다.
생물학적 노화는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노화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어른으로서 품위와 품격도 정신적 넉넉함에 달려 있습니다. 젊은 세대를 포용하고 공감하며 진정한 소통능력을 갖추어 어른답게 늙으면 꼰대처럼 낡지는 않습니다. 권위만 내세우고 수직적 질서를 강조하는 것은 어른이 아닙니다.
‘어른답다’는 말은 ‘어른’과 ‘답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어른’이란 얼을 지닌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슬기와 설미 지니고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넓고 너그러운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슬기는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일처리 방법을 옳게 잘 생각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어른이 어른 다우려면 이치를 잘 헤아려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을 잘 판단하는 일머리가 있어야 합니다. 어른은 설미도 있어야 하는데, 설미는 '이런저런 사정을 두루 살펴서 올바르고 그릇된 바를 제대로 가늠하여 올바름을 북돋우는 마음의 힘"을 말합니다. 어른은 슬기와 설미를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여 어린 사람을 깨우치고 바르게 이끌어 주어야 한다. 또한 어른은 어질고 너그러운 마음을 넉넉하게 가지고 여유 있게 말하고 행동해야 어른답습니다. ‘답다’는 말은 말의 몸통에 붙은 꼬리인데 가장 마땅하고 바람직하다는 의미입니다. ‘어른답다’는 말은 어른으로서 마땅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른답게 살아가려면 말과 행동은 어른답게 해야 합니다. 어른답게 말과 행동을 하려면 어른 다운 감정 조절을 하고 어른 다운 합리적 생각을 하고, 어른 다운 뜻을 지녀야 합니다. 이러한 어른 다운 마음을 가지고 어른 다운 말과 행동을 해야 어른 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른 다운 삶이란 때로는 이성과 논리로 현실을 인식하기도 하고 때로는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 진신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어른다운 삶은 책임을 지는 삶입니다. 비겁하게 남 탓을 하지 않고 자기 삶과 주변을 책임질 줄 아는 삶입니다. 경쟁을 해 성취하되 정당한 경쟁을 하고 승리를 하더라도 패자를 위로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기보다는 부탁을 하고 구조나 시스템의 합리성을 따져 바로잡아갈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남을 통제하거나 규제하기보다는 부정적 현실과 구조를 막아주는 사람입니다.
드라마 ‘나빌레라’에 나오는 덕출(박인환)처럼 불의(不義)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어른입니다. "큰 회사에서 책상 두고 살면 다 당신처럼 그렇게 됩니까? 자기 책상 하나 갖겠다고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 이용해 먹고, 요즘 애들 운운하면서 꼰대 짓 하냐 이 말이에요!" 덕출은 자기 손녀가 근무하는 직장 상사가 "어르신"이라 부르자, 그 지칭 자체가 부끄럽다고 말하고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나 어른 아냐. 그깟 나이가 뭐 대수라고. 전요. 요즘 애들한테 해줄 말이 없어요. 미안해서요. 열심히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이 세상이 안 그래. 당신 같은 사람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으니까. 응원은 못해줄망정 밟지는 말아야지. 부끄러운 줄 알아요."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어른 다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집안에 어른이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부모가 어른 다운 부모라야 자식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항상 자식을 사랑하고 존중할 때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어른은 늘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자식을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주고 지지합니다. 나이의 무게와 책임을 느끼며 스스로 삶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아가야 어른입니다. 어른으로서 언제나 자식을 믿어주고 사랑하면 자식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갑니다.
직장과 사회에서도 어른다운 품격을 갖춘 사람이 많아야 사회가 더 성숙하고 좀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노인만 있고 어른은 없다면 그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들이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야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소설가 박완서는 “늙음조차도 어떻게 늙느냐에 따라 뒤에 오는 사람에게 그렇게 되고 싶다는 꿈과 희망을 주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닮고 싶은 어른이 있고 젊은이의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어른 다운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박동훈(이선균)이 이지안(아이유)에게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라고 말합니다. 진정성을 다해 사람에 대한 예의를 다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하는 진심 어린 말입니다. 타인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어른다운 삶입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여기며 상식을 상식으로 여기고 행동하는 어른 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