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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윤리 33]

4-(4)손석희 앵커의 말 1) 손석희 앵커의 소신과 지주반정

by 백승호

(4) 손석희 앵커의 말

1) 손석희 앵커의 소신과 지주반정

한 사람의 말속에는 감정, 생각, 뜻, 얼이 담겨 있습니다. 말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 뜻을 아는 것입니다. 손석희 앵커는 언론인으로서 존경과 신뢰를 받았고 받고 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언론인으로서 어떤 감정과 생각, 뜻을 가졌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2019년 4월 4일 앵커 브리핑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에 “제가 그를 학생들에게 소개할 때 했던 말이 있습니다. 노 의원은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이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다… 그것은 진심이었습니다. 제가 그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정치인 노회찬은 노동운동가 노회찬과 같은 사람이었고, 또한 정치인 노회찬은 휴머니스트로서의, 자연인 노회찬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도 손석희 앵커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언론인 손석희는 민주주의와 인본주의를 중시하며 올바르지 않은 것을 바로 잡으려 노력한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문화혁명기 루쉰의 말은 중국인들에게 신뢰와 권위로 받아들여졌듯,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 탄핵, 촛불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손석희 앵커의 말은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에게 신뢰와 권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쓴 말 중에 가슴 깊은 속에 서 있었던 ‘지주반정(砥柱反正)’이라 말이 있습니다. 휘몰아치는 물살 속에서 커다란 바위가 강물에 휩쓸리지 않고 바른 데로 강물이 흘러가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이 언론이라는 의식을 갖고 실천한 언론인입니다. 지주반정은 선(善)에 대한 공감과 불의(不義)에 대한 공분(公憤)이 있을 때 완성됩니다. 언론이 신뢰를 받고 권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대중의 공감과 공분을 공정하게 보도하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품위 있게 말해야 합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품위를 지키며 보도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클릭수와 조회수로 상업언론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품위를 지키며 언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현대사의 큰 흐름이 황하의 물결처럼 흘러갈 때 바위처럼 서서 세상을 보는 눈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시민의 시선을 한곳에 집중하게 하되 세상을 바로 보며 방향을 바로잡아 준 것이 시선집중이었습니다. 그 후 손석희 앵커는 JTBC 뉴스 보도를 하며 ‘사실, 공정, 균형, 품위’ 표방했습니다. 저널리즘이 표방해야 할 기본은 사실과 진실입니다. 그리고 여러 이해 집단의 관계가 얽혀 있는 자본주의 속에서 공정을 지켜야 언론의 기능을 다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균형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남북관계와 진영논리가 강한 상황에서 지켜야 할 가치가 균형입니다. 품위는 여러 함축적 의미가 있는데, 손석희 앵커가 <풀종다리의 노래> 에세이집을 쓴 지 28년 만에 나온 <장면들>241쪽에 “품위는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와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서 품위가 빠지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생각했던 “인간의 얼굴을 한 저널리즘”을 함축하는 말이 ‘품위’라고 생각합니다. 손석희 앵커가 품위를 언급하여 널리 알려진 것은 첫째, 2016년 12월 20일 뉴스룸 앵커 브리핑입니다.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모습을 보며 “미셀 오바마가 했던 이 말을 다시 한번 되돌려 드리려 한다며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를 언급하며 “서로의 소신을 지켜줄 줄 아는 광장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말을 합니다. 그리고 2019년 2월 1일에 직원들에게 보내는 설 인사 편지에 2017년 접촉사고 후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며 직원들에게 흔들림 없이 헤쳐 나가겠다"라고 밝히고 한 번 더 미셀 오바마가 했던 품위 있게 가자는 말을 한 번 더 합니다.

자신의 추구하는 가치를 말 하기는 쉬워도 그 말을 실천하기란 어렵고, 또한 일관되게 지속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실을 추구하는 하는 것은 저널리즘으로 의제를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521일간의 현장 체류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진실을 찾기 위한 보도를 했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손석희 앵커의 세월호 보도를 보면서 함께 슬퍼하고 아파하며 공감을 갖기도 하고 국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안위만 위한 사람들에게 공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을 거치며 민주주의의 언론기능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2011년 12월 1일 종합편성 채널 개국날, TV조선 진행자는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스튜디오에 불러놓고 “박 전 대표를 보면 빛이 난다. 형광등 100개쯤 켜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을 보며 사람들이 종편은 언론이 아니라고 여기기 시작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1년 11월 10일 연합뉴스는 윤석열 후보가 광주 방문할 때 ‘윤석열 참배 마치자 5.18 묘지에 뜬 무지개’라는 제목으로 전했던 보도를 보며 언론의 낯부끄러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적합하지만 정치권력이나 자본 권력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에는 언론이 검찰의 도구가 되거나 스스로 도구가 되기도 하여 언론 스스로 신뢰를 잃었습니다. 최근에는 미디어 환경이 바뀌어 언론은 품위를 잃어가고 클릭수, 시청률에 급급하여 품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언론인이 언론의 힘을 도구로 사용해서는 더욱더 안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주반정(砥柱反正)하는 언론인이 손석희 앵커입니다. 언론과 정치의 공통점, 아니 세상의 올바른 이치의 공통점은 정(正)입니다. 정의, 공정의 핵심은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바르게 한다는 것은 ‘답게’입니다. 나라가 나라답게, 사람이 사람답게 바른 도리를 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언론이고 정치입니다. 리영희 선생의 정명론과 손석희 앵커의 반정(反正)은 같은 뜻이라 생각합니다.

손석희는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아는 언론인이고 바른 삶을 올곧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1988년 8월 10일 MBC 노조는 한국방송 사상 처음으로 쟁의 발생 신고를 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공정방송 쟁취’라는 리본 달기를 했는데 손석희 앵커는 토요일 <뉴스데스크> 시간에 나가면서 와이셔츠에 리본을 달고 그 위에 겉옷을 입고 나갔다고 합니다. 그는 방송을 끝내고 부끄러운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기회주의자가 아닌지 생각하고 그다음 날 리본을 달고 나갔다고 합니다. 자신의 허물을 돌이켜 바로 잡으려는 자세, 늘 바른 곳으로 돌리려는 마음, 반정의 마음을 소신으로 균형을 지니려 했던 언론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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