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김수환 추기경의 말하기 1) 말과 삶이 일치하는 선지자
1) 말과 삶이 일치하는 선지자
박성철 목사는 우리나라의 개신교가 보수성향을 띠게 된 이유는 ‘신성화된 자본주의와 편집증적 반공주의’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개신교는 자본주의 가치를 긍정합니다. 그래서 자본주의와 상충하는 마르크스주의를 증오하고 좌익, 빨갱이로 몰아갔습니다. 예수가 약자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사회주의와 오늘날 복지국가 개념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은 인류 보편적 감정입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민하며 고통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위고는 “불행한 자들에게 연민의 정을, 그러나 행복한 자들에게도 관용을”이라는 말을 합니다. 부모나 여러 상황 덕분에 행운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이 행복을 누리고 있다면 불운하고 불행한 사람과 약자를 더 보호해야 합니다. 이는 예수가 '사랑한 사람들'이라는 아나빔(anawim)의 정신과 같습니다. 소외받고 버림받은 사회적 약자를 먼저 돌보는 것이 기독교의 정신이고 예수의 본뜻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일부 종교는 구복 신앙으로 면죄부를 팔고 돈을 사랑하며 거대한 교회를 짓고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세습을 합니다.
한국 갤럽이 2021년 3월 18일~4월 7일에 요즘 종교는 우리 사회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여론 조사를 했습니다. 2014년에는 63%가 도움을 준다고 했는데 2021년 38%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종교에 대한 신뢰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교회의 오래된 세속화와 극우 성향을 통해 보여준 편협함 때문입니다. 극우 성향을 띠는 일부 개신교도는 자신의 탐욕을 위해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마녀 사냥하듯 악의 축으로 몰아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러한 성향을 가진 대표적인 사람은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였습니다. 한경직은 서북청년단을 만들어 빨갱이를 잡는다며 민간인 학살을 자행합니다. 제주 4·3 학살도 서북청년단이 한 짓입니다. 생명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기독교 정신을 망각하고 보도연맹 사건, 거창 양민학살을 하며 극우반공주의자가 됩니다. 이러한 극우 개신교는 김홍도, 전광훈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부 개신교가 극우 성향을 띠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종교를 걱정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정치와 종교의 부적절한 만남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만 불의와 맞서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참여를 하는 것은 정당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 집단감염을 일으킨 교회가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잘못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아 공분을 일으킨 것입니다. 2020년 2월 신천지 집단감염과 8월 사랑 제일교회 집회와 집단감염, 2021년 숭의교회 감염 등이 있었을 때 교회는 남 탓을 하거나 거짓말과 변명, 늦은 사과 등으로 공동체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종교도 건강한 공동체 안에 존재해야 합니다. 거짓말보다 진정한 사과와 공동체와 공감하는 진정한 연대의식이 필요합니다. 또한 사회적 차별과 약자에 대한 보호에 앞장서야 합니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는 차별금지법에 대하여 보수 개신교는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차별받는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앞장서는 것이 진정한 종교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우 개신교와는 달리 한국의 가톨릭은 민주화와 인권에 기여했고, 이 땅의 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데 큰 기여를 한 사람이 김수환 추기경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삶은 말과 일치했으며 사회참여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말이 빛나는 순간은 살아온 삶과 말이 일치할 때입니다. 누구나 말은 하기 쉽지만 실천은 하기 어렵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삶과 말이 거의 일치했으며 어두운 우리 시대를 밝혀준 빛과 같은 선지자였습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길을 밝혀주는 빛과 같았고, 차가운 겨울날 따사로운 햇살이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는 자기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고 세상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산업화 과정과 민주화 시대, 분단의 아픔 속에서 민족이 나아가 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10월 유신으로 장기집권을 하려고 할 때 공개적 비판을 하면서 정치적 소신을 밝혔습니다.
중앙정보부는 1974년 7월 6일 유럽 순방 뒤 귀국하는 지학순 주교를 공항에서 연행하여 조사를 한 후 명동 성모병원에 감금합니다. 그리고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한 자금 제공과 내란선동, 정부 전복 등의 혐의를 조작하여 구속합니다. 그 이후 김수환 추기경은 1976년 명동 3ㆍ1절 기도회, 1978년 전주교구 7ㆍ18 기도회 등에서 자유언론과 인권, 민주회복 등을 강조하며 설명서를 발표하거나 강론을 합니다. 그리고 민족화해와 통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 중에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을 불태우지 않고는 빛을 낼 수 없습니다. 사랑이야말로 죽기까지 가는 것, 생명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자기를 완전히 비우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생명을 바쳐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것이 고귀한 종교의 정신입니다. 이에 대하여 강유정 평론가는 <시네마토피아>에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 대한 영화 평을 하며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를 언급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아름답고 대단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신의 손길이기에 감히 인간이 따라 할 수도 추측할 수도 없다. 그러나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는 일은, 그것만은 사람의 일이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서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죽은 나무를 살리는 것이며 시간을 거꾸로 돌이키는 것이다. 신이 창조하신 자연의 섭리에서 그것은 불가능하니 우리는 그런 일을 가리켜 ‘기적’이라 부른다. 그리고 때론 우리는 그것을 가리켜 ‘희망’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것이 기적이며 의지이다. 사라진 나를 바라보며 지켜내는 희망, 거기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거는 기적. 그 기적의 실체가 바로 인간의 의지임을. 다시 <항거>를 보며 깨닫는다.”라고 말합니다.
타인을 위해,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고귀한 삶이고 거룩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간의 의지를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거나 괴롭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회제도와 행정을 정비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사회적 참여는 바로 인간의 의지로 신의 가르침을 실천한 것입니다. 늘 말과 삶이 일치하는 선지자로서 시대의 어둠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