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263/498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카르페 디엠!
안연이 죽으니 문인들이 그를 후하게 장사 지내자 했더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안 된다.”라고 하셨다. 문인이 후하게 장사하였더니, 공자 말씀하시기를, “안회는 나를 아버지처럼 대했지만 나는 아들처럼 대하지 못했다. 나의 뜻이 아니라 저 몇몇 제자들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顔淵이 死커늘 門人 欲厚葬之한대 子曰 不可하니라 門人이 厚葬之한대
안연이 사커늘 문인 욕후장지한대 자왈 불가하니라 문인이 후장지한대
子曰回也는 視予猶父也러니 予不得視猶子也러니 非我也라 不二三
자왈회야는 시여유부야러니 여부득시유자야러니 비아야라 부이삼
子也니라
자야니라
공자의 아들 리가 죽었을 때 분수에 맞게 검소한 장례를 치렀다. 안연도 아들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검소하게 장례를 지내려 했는데 제자들이 과분하게 안연의 장례를 치렀다. 제자들은 공자가 안연을 아끼자 후하게 장례를 치러 공자의 슬픔을 조금이라고 위로하고 싶었지만, 공자의 진심은 진짜 아들처럼 검소하게 치르고 싶었던 것이다.
계로(자로)가 귀신을 섬기는 것에 대하여 여쭈어보니, 공자께서 말씀하기를, “(살아있는) 사람을 섬기지 못하면서 어찌 능히 귀신을 섬기겠느냐.”라고 하니, 계로가 말하기를, “감히 죽음에 대하여 여쭙겠습니다.”라고 하니 공자 말씀하시기를, “삶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라고 하셨다.
季路問事鬼神한대 子曰未能事人이면 焉能事鬼리오 敢問死노이다 曰未知生이면 焉知死리오
계로문사귀신한대 자왈미능사인이면 언능사귀리오 감문사노이다 왈미 지생이면 언지사리오
유교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고 공자의 생사관이 잘 드러나는 구절이다. 살아있는 사람을 잘 섬기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과, 현실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죽음 이후 천당 극락이 중요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중시하는 것이다. 스펜서 존슨은 과거는 히스토리 미래는 미스터리, 현재는 선물이라고 했다. 존슨이 처음 한 말인지 모르지만 맞는 말이다. 늘 사람들은 ‘지금 여기’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망각한다. 톨스토이의 우화, <세 가지 물음>에도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가장 소중한 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은?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지금 할 일은? ” 이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은 “가장 중요할 때는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현실을 중시하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보이지 않는 귀신을 섬기는 것보다 현재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여 기쁘게 하는 것이 소중하고 오지 않은 죽음을 걱정하는 것보다 살아있는 지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삶이다. 하이데거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죽음을 향해 던져진 존재다. 그 운명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운명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내야 한다. 니체가 말한 아모르파티(Amor fati)이다. 인간의 유한성을 깨닫고 소중한 일에 집중하여 하루하루를 선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민자건은 공자를 옆에서 모실 때는 바르고 반듯하였고, 자로는 굳세고 강한 모습이었으며, 염유와 자공은 분명하고 유쾌하여 공자께서 즐거워하셨다. 그러고는 말씀하시길 “자로 같은 자는 너무 강직하여 제명에 죽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셨다.
閔子는 侍側에 誾誾如也하고 子路는 行行如也하고 冉有 子貢은 侃侃
민자는 시측에 은은여야하고 자로는 항항여야하고 염유 자공은 간간
如也어늘 子樂하시다 若由也는 不得其死然하니다
여야어늘 자락하시다 약유야는 부득기사연하니다
은은(誾誾)은 바르고 반듯하여 행행(行行)은 굳세고 강한 모양이고 간간(侃侃) 유쾌하고 화락한 모습이다. 어른을 모실 때 바르고 반듯해야 편안하다. 굳세고 강해야 믿음직스럽다. 그리고 분명하면서도 유쾌하게 즐겁다. 하지만 너무 강직하고 굳세면 마찰이 생기기 쉽다. 공자는 자로가 너무 강직하여 제명에 죽지 못할까 늘 염려했다. 씩씩하고 적극적인 것은 좋으나 부러지기 쉽고 부드러우면서도 유쾌하고 강단이 있어야 한다. 외유내강의 성품이 사람과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