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논어읽기 88]

【11-09】 261/498 제자를 잃은 비통함

by 백승호

【11-07】 259/498 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안회의 아버지 안로

안연이 죽었을 때, (안연의 아버지) 안로가 공자의 수레를 팔아 덧관을 마련하고자 공자에게 청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재주가 있거나 없거나 부모는 자기 자식을 먼저 생각하여 말하기 마련이다. 공자의 아들 리가 죽었을 때 관은 있고 곽은 없었으니, 내가 걸어 다니고 그를 위해 곽을 만들어 주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나도 대부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라 걸어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顔淵이 死어늘 顔路請子之車하여 以爲之椁한대 子曰 才不才에 亦各言

안연이 사어늘 안로청자지거하여 이위지곽한대 자왈 재부재에 역각언

其子也니 鯉也死어늘 有棺而無槨하니 吾不徒行하야 以爲之槨은 以吾

기자야니 이야사어늘 유관이무곽하니 오불도행하야 이위지곽은 이오

從大夫之後라 不可徒行也라

종대부지후라 불가도행야라


【해설】

장례를 할 때 관을 만들어 시신을 넣고 무덤에 돌이나 나무로 곽을 만들어 매장을 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나무로 관을 만든다. 그런데 안회의 아버지 안로는 자기 아들을 생각하여 곽도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안로는 형편이 어려워 곽을 마련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공자에게 공자가 타고 다니는 차를 팔아서 곽을 만들어 주기를 부탁한다. 안로는 무리한 부탁을 했다. 공자는 아들 리가 죽었을 때 소박하게 장례를 지냈다. 안로의 부탁을 두 가지 이유로 거절한다. 첫째, 나의 아들도 관만 만들어 장례를 지냈다. 안회도 아들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이다. 둘째, 나는 대부이기 때문에 수행을 해야 해서 수레를 팔 상황이 아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 안로의 심정이 이해된다. 하지만 안로가 자기 아들만 생각하여 공자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여 공자를 어렵게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11-08】 260/498 수제자 안연을 잃은 슬픔

안연이 죽으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아아, 하늘이 나를 버리시는구나! 하늘이 나를 버리시는구나!”라고 하셨다.

顔淵이 死어늘 子曰噫라 天喪予삿다 天喪予삿다

안연이 사어늘 자왈희라 천상여삿다 천상여삿다


【해설】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늘이 나를 버린다는 생각이 들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안연은 자신의 분신이고 자신의 교육철학을 가장 잘 이행하는 수제자이다. 이러한 안연이 죽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짐작이 간다. 특히 안회는 스승 공자의 마음을 알아주고 배운 것을 실천하며 바르게 살았다. 공자에게 안겨준 기쁨과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르치는 사람의 가장 큰 보람은 배운 사람이 가르침으로 더 성숙하고 더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안회의 죽음 공자 교육의 산 증인이고 공자의 보람이었다.


【11-09】 261/498 제자를 잃은 비통함

안연이 죽으니 공자께서 곡하시며 비통해하셨다. 모시고 있는 사람이 말하기를, “선생님께서 너무 비통해하십니다.”라고 하였다. 공자 말씀하시기를, 비통해하는 것이 지나친가? 이 사람을 위하여 비통해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하여 비통해하겠는가”라고 하셨다.

顔淵이 死커늘 子哭之慟한대 從者曰 子慟矣하소이다 曰有慟乎아 非

안연이 사커늘 자곡지통한대 종자왈 자통의하소이다 왈유통호아 비

夫人之爲慟이요 而誰爲리오

부인지위통이요 이수위리오


【해설】

비극이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날 때 그 충격은 더욱 크다. 하물며 가깝고 아끼는 사람의 비극은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가장 아끼는 제자 안연이 죽자 스승 공자는 대성통곡을 한다. 스승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이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땅을 치며 통곡하는 공자의 모습을 걱정하며 진정하라고 하지만 공자는 더욱 슬픔이 밀려와 운다. 안회와 보냈던 지난날의 추억과 총기 어린 눈으로 열심히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던 제자를 앞으로는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슬프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성통곡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것은 연민과 공감이다. 슬퍼할 때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것이 인간다움이다. 인간의 삶은 모두 다른 것 같지만 대부분 같다. 생로병사나 희로애락은 거의 비슷하다. 한 번밖에 없는 삶과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 인간은 무기력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살아내야 한다. 살아온 삶의 과정은 다르지만 도착하는 지점은 같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던져진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굳은 의지로 또 살아내야 한다. 죽음에 대한 애도는 그래서 슬프기도 하고, 또 한편 죽은 사람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갈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살아남은 자의 책무는 더욱더 선한 의지로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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