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윤리 53]

7-1 부부의 말하기

by 백승호

1. 부부의 말하기


(1) 존재를 존중하며 아끼는 말하기

행복한 관계의 시작은 부부 사이의 대화입니다. 연애를 할 때는 대화도 잘하고 서로 배려하며 살다가 결혼을 하면 상처를 주고 대화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사랑으로 연애를 하고 그리움으로 결혼을 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부부입니다. 연애를 할 때는 서로의 내면세계를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표현도 신경 써서 합니다. 이러한 관계가 결혼을 해도 잘 유지되면 행복한 관계를 이어 갈 수 있습니다.

행복한 부부는 친구처럼 편안하게 지냅니다. 부부는 서로 잘 알아주며 아끼는 가장 가까운 벗입니다. 부부를 서로 짝을 이루어 함께 살아가는 짝 벗이라고 합니다. 벗이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말하기를 해야 합니다. 부부끼리는 우러러보는 존경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서로 아끼며 공손하게 대하는 사이입니다. 부부는 늘 함께 해서 서로를 잘 알지만, 마음속까지 헤아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부부는 허물없는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 부족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보여 주는 사이입니다. 그래서 편안한 사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만하게 여겨 함부로 대하다가 상처를 주기도 하기 때문에 부부끼리도 서로 경청하면서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부부 사이에는 어떤 말을 하면 들어주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힘들고 어려운 것을 허심탄회하게 말을 하고, 서로 존중하며 따뜻한 말을 하면서 아낄 때 최고의 동반자가 되는 것입니다. 부부끼리 대화와 소통이 잘 되면 두 사람이 행복하고 두 사람이 행복하면 자녀들도 심리적으로 안정됩니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며 대화하면 자녀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집안일을 나누어서 해야 합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부탁할 일이 있으면 부탁을 하고,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말해야 마음속에 서운한 것이 없어집니다. 집안일이라는 것이 거창하고 힘든 것이 아니고 소소한 것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소한 일도 누군가가 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빨리 나누어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가 설거지를 하면 분리수거는 다른 사람이 하고, 빨리를 함께 개기도 하고 한 사람이 청소기를 돌리면 한 사람은 걸레로 닦고 하면서 서로의 일을 줄여 줍니다. 서로 아끼고 존중하면 상대방이 힘들어하는 것을 덜어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부부끼리 말할 때에도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가 하는 일은 표 나지 않지만 소중한 일이 많습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여자 주인공이 청소를 하고 있는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작지만 소중한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라는 말을 합니다. 청소, 설거지, 빨래 등 일상은 표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표가 많이 납니다. 표 나지 않지만 표 나는 소중한 일상을 빛나게 하는 것은 소중하고 큰 일입니다. 이런 일에 고마워하면서 함께 하면 좋습니다.

존중하며 아끼는 말의 핵심은 공감과 배려입니다.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함께 정서적으로 동의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힘들고 어려워하는 것을 인정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표현해야 합니다.


(2) 따뜻한 말 한마디

아무리 함께 살아도 표현을 하고 살아야 오해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말은 맥락을 중시하고 표정만 보고 안다고 해도 표현을 해야 합니다. 꼭 말을 해야 하느냐는 사람이 있지만 말을 해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잘 이해하여 배려하면 참 좋지만 마음속을 다 알 수 없습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기대하다가 실망하여 마음이 상하면 안 됩니다.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더 상세하고 친절하게 따뜻한 말로 표현해야 합니다.

부부의 세계는 사람마다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갑니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기도 하고 행복하고 좋은 추억을 쌓기도 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고 아플 때 함께 병원 가고 슬프면 서로 위로하며 안아주고 위하며 따뜻한 말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힘들어할 때 힘든 것을 인정해 주고 격려하거나 위로해야 합니다.

살아가다 보면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맞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조금 편안합니다. 생각의 차이나 생활습관의 차이 때문에 말다툼을 할 때도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기분이 좋지 않아 다투더라도 비난하거나 경멸하는 말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절대 존재를 무시하는 말이나 제삼자를 넣어 말하는 것은 갈등을 더 크게 하고 상처를 줍니다. 특히 처가나 시가의 사람들을 넣어 말하면 다툼이 더 커집니다. 화가 날 때는 조금 참았다가 말을 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침묵으로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 시간 동안 참습니다. 상대방에게 “조금 생각해서 말할게” 하고 약간의 침묵의 시간을 가지고 말을 합니다.

서로 따뜻한 말을 하며 좋은 점을 칭찬하고 격려하여 상대방이 빛날 수 있도록 하면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늘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입니다. 상대방에게 좋은 관심을 가지고 말을 하려다 보면 고마운 마음이 생깁니다. 부부 사이에도 서로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도록 좋아하는 것을 해 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따뜻한 말을 많이 하고 좋은 관계가 유지됩니다.


(3) 짝 벗으로 말하기

부부는 서로 평등한 친구사이입니다. 우리말에 부부유별은 남녀의 평등한 관계를 중시했던 말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고유성을 인정하자는 뜻입니다.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다는 남존여비(男尊女卑)는 일본 사람들의 풍속입니다. 우리나라는 남편과 아내 사이를 배필(配匹)이라고 했습니다. 배(配)는 짝을 말하고 필(匹)은 벗을 뜻합니다. 배필은 우리말로 짝 벗입니다.

부부는 서로 존중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함께 나누는 짝 벗입니다. 짝 벗은 대등한 관계입니다. 서로 다른 가치와 다른 생활습관으로 만난 부부는 서로의 차이를 즐기면서 존중하며 살아야 합니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치열한 삶의 태도에 깊이 끌려 사랑하며 함께 살아갑니다. 서로가 발견한 인간적 매력을 존중해주며 친한 친구로 살아가는 사이입니다.

친구라고 생각하면 친구에게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듯 부부끼리 서로 강요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작은 습관 때문에 다투기도 하는데 이를 잘 극복해야 합니다. 살아가다 보면 큰 생활습관보다 잔잔한 작은 습관 때문에 서로 불편해합니다. 습관은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버릇은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위생과 관련된 생활 습관은 건강과 관련되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기르도록 해야 합니다. 식사습관, 운동습관, 옷 입고 정리하는 습관, 집안 정리 정돈하는 습관, 외출 후 돌아와 씻는 습관, 잠자리 습관 등 건강한 삶을 위한 습관을 함께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부부가 서로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함께 실행하면 짝 벗으로 함께 행복한 순간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좋은 습관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게 하고 후회를 적게 합니다.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후회를 적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부부끼리 서로 신뢰하며 함께 늙어가며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입니다.

부부는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벗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편하게 말하는 사이입니다. 예전에는 짝벗 사이기 때문에 서로 편하게 반말을 했습니다. 반말은 낮춤말이 아니라 문장을 온전하게 갖추지 않은 반(半) 말을 했습니다. 서술어를 완벽하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의사표현이 분명하지 않거나 밋밋하기는 했지만 늘 살갑고 다정스러운 말이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글자로 보는 세상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