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맹자 02]

【01-01-02】 2/260 백성과 더불어 즐겨야! 여민해락

by 백승호

【01-01-02】 2/260 백성과 더불어 즐겨야!

맹자가 양 혜왕을 뵈었다.

양혜왕이 연못가에 서서, 큰 기러기와 기러기, 고라니와 사슴을 돌아보며 말했다.

“현자도 또한 이러한 것을 즐겼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어진 사람이라야 이것을 즐길 수 있으니, 어질지 못한 자는 비록 이러한 것을 지니고 있더라도 즐기지 못합니다. 『시경』에 ‘영대의 터를 측량하고 재어서 만드니, 여러 사람이 그것을 힘껏 일하여 며칠 만에 이루었도다. 문왕이 짓는 것을 서두르지 말라고 하였으나, 자식이 아비의 일을 돕듯 백성들이 오네. 모두 다 만들어 왕이 영유에 있으면, 암사슴은 편안히 여겨 가만히 엎드려 있도다. 암사슴은 살져 윤택하고, 백조는 희디희도다. 문왕께서 영소에 있으니, 아아! 가득한 물고기들이 뛰어오르도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문왕이 백성의 힘으로 누대를 만들고 연못을 만들었는데, 백성들이 즐거워하여 그 누대를 ‘영대’라 하고, 그 연못을 ‘영소’라 하며, 그곳에 사슴과 물고기와 자라가 있는 것을 즐거워했던 것입니다. 옛사람들은 백성과 더불어 즐겼기 때문에 진정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에 『서경』「탕서」에 폭군 걸(桀)에 관하여 기록해 두었는데, ‘이 해는 언제나 없어지려나? 나는 너와 함께 망하고 싶구나’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백성이 임금을 원망하며 함께 죽기를 원한다면 비록 누대와 연못이 있고, 거기에 새와 짐승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찌 혼자서 그것을 즐길 수 있겠습니까?”


【양혜왕-상-02】孟子見梁惠王하신대 王이 立於沼上이러시니 顧鴻雁麋鹿曰 賢者도 亦樂此乎잇가 孟子對曰 賢者而後에 樂此니 不賢者는 雖有此나 不樂也니이다 詩云 經始靈臺하야 經之營之하시니 庶民攻之라 不日成之로다 經始勿亟하시나 庶民子來로다 王在靈囿하시니 麀鹿攸伏이로다 麀鹿濯濯이어늘 白鳥鶴鶴이로다 王在靈沼하시니 於牣魚躍이라하니 文王이 以民力으로 爲臺爲沼나 而民이 歡樂之하야 謂其臺曰靈臺라하고 謂其沼曰靈沼라하야 樂其有麋鹿魚鼈하니 古之人이與民偕樂故로 能樂也니이다 湯誓에曰 時日害喪고 予及女로 偕亡이라하니 民欲與之偕亡이면 雖有臺池鳥獸나 豈能獨樂哉리잇고

맹자견양혜왕하신대 왕이 입어소상이러시니 고홍안미록 왈 현자도 역락차호잇가 맹자대왈 현자이후에 락차니 불현자는 수유차나 불락야니이다 시운 경시영대하야 경지영지하시니 서민공지라 불일성지로다 경시물극하시나 서민자래로다 왕재영유하시니 우록유복이로다 우록탁탁이어늘 백조학학이로다 왕재영소하시니 어인어약이라하니 문왕이 이민력으로 위대위소나 이민이 환락지하야 위기대왈영대라하고 위기소왈영소라하야 낙기유미록어별하니 고지인이 여민해락 고로 능락야니이다 탕서에 왈 시일갈상고 여급녀로 해망이라하니 민욕여지해망이면 수유대지조수나 개능독락재리잇고


【해설】

1. 맹자는 왕의 절대적 권한이 강했던 전국시대 사람인데도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춘추시대 오패(五霸) 제(齊), 진(晉), 초(楚), 오(吳), 월(越) 중에 가장 강성했던 진(晉) 나라가 위(魏), 한(韓), 조(趙) 세 나라로 나뉘어 전국칠웅이 되어 서로 전쟁을 일삼고 있었던 시기이다. 전쟁중에는 왕의 권한이 집중되고 왕권을 절대적으로 중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자는 독락을 견제하고 여민해락을 강조한다. 여민해락(與民偕樂)은 독락(獨樂)과 상반된다. 임금이 자신의 쾌락을 누리려고 혼자만 즐기는 것은 사회자원을 독점하고 사유화하는 것이다. 임금의 권위는 큰 궁궐과 넓은 정원이 아니다. 백성의 어려움을 보살피고 검소하게 생활하며 사회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공적 가치를 실현하면 임금의 권위는 저절로 선다. 음악이나 문화도 백성과 더불어 함께 즐겨야 한다. 여민해락은 정치 지도자가 사회적 존재로 공적 가치를 실현하여 백성을 즐겁게 한다.

2. 해락(偕樂)은 함께 즐긴다는 뜻으로 공유하는 정신이다.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독락(獨樂)의 뜻과 상반된다. 기업이 독점 지배권을 강조하여 자신의 이윤만 추구하는 것은 독락이지만 정보를 공유하여 인류 공동체를 위한다면 해락이라 할 수 있다. 지적재산권을 통해 이윤추구 동기를 제공해야 제약회사가 더 나은 백신을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특허권을 면제하여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 많은 제약회사가 더 효과적인 백신 개발과 공급이 가능해진다. 여민락, 해락, 동락의 정신은 공동체 전체에 유익함을 준다.

3. 여민해락은 정치 경제적으로도 유용한 가치이다. 정치적으로 여민해락은 민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이는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의 뜻이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과 같다. 민주주의는 모든 권력은 국민한테서 나온다고 한다. 왕정도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 국민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해야 정치를 잘하는 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여론을 의식하는 이유는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여론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4. 경제적으로 여민해락은 공유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기업은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공장 설비를 하고 노동자를 고용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유지되어야 기업이 지속되는 시스템이다. 지나친 생산은 소비와 소유를 부추겨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기후 위기를 낳기도 한다. 광고는 욕망을 자극하고 소비를 하게 하며 소유는 성취와 성공으로 여기게 한다. 기업은 넘쳐나는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전략을 수립하여 ‘공유경제’라는 것을 도입한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 덕분에 공유경제는 자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관리책임 문제나 법률을 무시하고 악용하는 사례로 인하여 문제점이 되기도 하지만 장점을 잘 살리면 유익함이 많다.


5.『서경』「하서」에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 (민유방본民惟邦本 본고방녕本固邦寧 )라고 했고, 세종대왕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먹는 것이 백성의 하늘이다”(민유방본民惟邦本 식위민천食爲民天 )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민해락의 정신으로 정치를 해야 인민의 지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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